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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호모 사피엔스의 3가지 혁명, <사피엔스> 얼마전 읽은 책. 장구한 역사를 잘 요약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봐도 손색이 없는지는 봐야겠지만.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지음·조현욱 옮김/김영사/636쪽/2만2000원 셰퍼드, 요크셔 테리어, 시추 등 다양한 종류의 개가 있듯이, 200만~1만년 전에는 다양한 인간 종이 살았다. 인간 종들은 모두 250만년 전 동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했고,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등 각기 다른 장소로 퍼져나가 환경에 맞게 적응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기자나 읽는 독자는 모두 호모 사피엔스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촌이라 할 수 있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호모 루돌펜시스 등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멸종했다. 7만년전쯤 동아프리카를 벗어난 호모 사피엔스가 아라비아 반도를 .. 더보기
서울에 풍기문란을 허하라, <음란과 혁명> 제목이 흥미가 돋운다. 전자를 분석하고 후자의 희미한 가능성을 찾는데 집중한다. 음란과 혁명권명아 지음/책세상/412쪽/2만3000원 ‘예술인가 외설인가’라는 홍보 문안을 붙인 영화, 소설은 대체로 외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내 오랜 짐작이었는데, 국문학자 권명아는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예술과 외설의 구분은 음란물에 대한 일제 시대의 탄압에서 시작해 정비석, 유현목, 마광수, 장정일 등을 옭아맸다. 최근에는 김기덕 감독의 신작 가 “주제와 폭력성, 공포, 모방위험 부분에서 청소년에게는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직계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반사회적인 표현이 있다”는 이유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이 등급을 받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 더보기
혁명은 없다. 봉기 하라, <봉기와 함께 사랑이 시작된다>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책이 많지 않았다. 그 중에서 예전 프론트 리뷰로 쓴 적이 있는 에 한 꼭지의 글을 실은 히로세 준의 저작을 골랐다. 그의 단행본이 완역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아즈마 히로키의 을 읽었을 때도 느낀 것인데, 일본의 젊은 사상가들의 글은 재미있지만 어딘지 허공으로 한 발짝 떠있다는 감이 든다. 그 한 발짝의 감각이 한국과 일본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봉기와 함께 사랑이 시작된다히로세 준 지음·김경원 옮김/바다출판사/288쪽/1만3800원 당신의 삶은 안정적인가. 조금 더 은유적으로 말해, 당신의 인생에는 해답이 있는가.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큰 행운아다. 나고 자라 낳고 죽을 때까지 삶의 범위와 행로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던 시대가 있었으나, 이제 .. 더보기
혁명의 열망과 뒤끝, <적군파> 적군파퍼트리샤 스테인호프 지음·임정은 옮김/교양인/388쪽/1만6000원 언젠가 일본 여행 중 우연히 경찰서 앞을 지나던 중 빛바랜 지명수배자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흑백 사진 속 인물들은 수십 년 전 유행했을 법한 촌스러운 헤어스타일을 한 채 무표정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이미 체포된 듯 스티커로 얼굴이 가려졌다. 지명수배자들은 모두 일본적군 소속이었다. 한때 이 포스터는 일본의 국제 공항 내 모든 출입국 관리소에 붙어있었다고 한다. 적군파는 이제 역사 혹은 좌파 운동에 관심있는 이들이나 기억하는 이름이 됐다. 지명수배자들은 체포돼 형을 살고 있거나,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거나, 죽었다. 는 일본 급진 좌파 운동을 오랜 기간 연구한 미국의 사회학자 퍼트리샤 스테인호프가 쓴 책이다. 19.. 더보기
사랑은 혁명이다, <올 어바웃 러브> 올 어바웃 러브벨 훅스 지음·이영기 옮김/책읽는수요일/304쪽/1만5000원 거리의 연인이 사랑하고, 엄마가 아이를 사랑한다. 114 안내원이 고객을 사랑하고, 펄펄 나는 저 꾀꼬리도 사랑한다. 온세상이 사랑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긴 한데, 이들은 대체 사랑을 어디서 배운 걸까. ‘사랑은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 사방에서 반박이 쏟아질 것 같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보듯이 사랑은 ‘타고나는 것’이며, 첫눈에 반해 연애를 시작한 연인이 그러하듯이 사랑은 ‘빠져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사랑을 가르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고, 사랑의 ‘멘토’도 본 적이 없다. 물론 언제나 ‘사랑’을 이야기하는 종교인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사랑이란 신과 신자 사이 관계에 관한 것이라 .. 더보기
순백의 혁명에 헌신한 사나이, <자백의 대가> 자백의 대가티에리 크루벨리에 지음·전혜영 옮김/글항아리/532쪽/2만2000원 “똑똑하고 교양 있고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열심히 노력하며 사소한 것까지 꼼꼼하게 신경 쓰는 사람, 일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사람, 모든 방면에 프로 정신을 보이며 상부를 만족시키는 성과를 보여주고자 애쓰는 사람, 자신이 하는 일에 대체로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 이 진술은 깡 켁 이우, 일명 ‘두크’라 불린 어느 관료에 대한 자타의 평가다. 조직에 속한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칭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두크가 크메르 루즈의 교도소장이었고, 그 교도소에서 1만2000명이 고문당한 뒤 살해됐다면 이 평가는 달라져야 할까. 는 2009년 3월부터 1년 4개월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국제 재판소.. 더보기
문학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가,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의 을 읽다. 일본의 사상가로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이라고 하는데,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저서로 보인다. 책의 제목은 파울 첼란의 에 실린 한 시구를 인용했다고 사사키 스스로가 밝히고 있다. 부제가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인데, 인류 역사의 혁명은 폭력이 아니라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고쳐 쓰는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사사키는 "우리는 혁명으로부터 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서구의 여섯 가지 혁명을 언급하는데, 이는 중세 해석자 혁명, 대혁명, 영국혁명, 프랑스혁명, 미국혁명, 러시아혁명이다. 그중에서도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논하는 것은 통상 '혁명'이라고 언급되지 않는 중세 해석자 혁명과 대혁명이다. 먼저 대혁명은 루터의 종교'개혁'을 말한다. 그러나 루터의 '개혁'은 "세.. 더보기
사회주의 슈퍼히어로 <강철군화> 잭 런던이 1908년에 발표한 를 두고 '소설 자본론'이라는 평가도 있는 모양인데, 저승의 마르크스가 통곡할 소리다. 물론 이 소설이 그리는 프롤레타리아의 혁명과 뒤이은 공산주의 유토피아의 실현은 마르크스가 꿈꾼 역사의 발전이기는 했을테지만, 마르크스의 이론이 그리 단순하게 요약될리 없지 않은가. 소설은 사회주의 혁명가 에이비스 에버하드가 죽은 후 700년 뒤, 그녀의 원고가 발견돼 공개한다는 액자식 설정을 갖고 있다. 앤서니 메러디스가 인류형제애 시대 419년에 쓴 서문이 액자의 틀이다. 에이비스가 남편 어니스트에 대해 남긴 기록이 소설의 골자다. 메러디스는 어니스트를 두고 "수많은 영웅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다소 깎아내렸는데, 에이비스는 당연히도 남편을 유일한 영웅처럼 소개한다. 어니스트 에버하드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