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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어떻게 '양놈'들을 이길 것인가, <제국의 폐허에서> 제국의 폐허에서판카지 미슈라 지음·이재만 옮김/책과함께/488쪽/2만5000원 35년의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지금도 그 여파로 ‘역사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인에게는 낯선 이야기겠지만, 1905년 5월 쓰시마 해협에서 일본의 소규모 함대가 러시아 주력 함대를 이겨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최종 승리를 거뒀을 때 많은 아시아인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당시 무명의 변호사였던 간디는 “일본의 승리가 사방 곳곳에 뿌리를 내려서 이제 그 열매를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고 했고, 학생 네루는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고 돌이켰다. 배를 타고 중국으로 돌아가던 쑨원은 그를 일본인으로 오해한 아랍인 노동자로부터 축하를 받기도 했다. 러일전쟁은 “중세 이래 처음으로 비유럽 국가가 주요 전쟁에서 유럽의 열강을 격파”한 사건이.. 더보기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후라는 이데올로기>의 고영란 인터뷰 (현실문화)는 혼란스럽다. 여러 분야에서 분명했던 사고의 경계선을 흐트러뜨리기 때문이다. 누가 억압했고 누가 억압당했는지, 누가 전쟁하자 했고 누가 평화를 주장했는지, 누가 친일파이고 누가 반일파였는지, 알 수가 없다. 저자인 고영란 니혼대 국문학과 교수(45)의 의도가 바로 그것이었다. e메일로 만난 그는 “역사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을만큼 간단 명료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는 일본의 근·현대를 관통하는 이데올로기, 집단기억의 프레임을 검토한다. 아시아의 제국주의 국가로서 이웃 나라들을 침범했던 일본은 미국의 점령기 동안 ‘평화로운 일본’, ‘약한 일본’, ‘피지배자’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갔다. 이를 위해 20세기 초반 일본의 진보적 사상가, 문학자들의 글을 소환한 뒤 ‘세계 평화’의 표상으로 .. 더보기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은 왜 그랬을까, <미완의 파시즘> 미완의 파시즘가타야마 모리히데 지음·김석근 옮김/가람기획/400쪽/2만5000원 일본의 화가 후지타 쓰구하루(1886~1968)가 그린 세로 193.5㎝, 가로 259.5㎝의 대작 ‘아쓰시마 옥쇄’는 1943년 ‘결전미술전’에 출품됐다. 그림은 누가 일본군인지 미군인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구분할 수 없는 거대한 혼돈의 전장을 묘사한다. 작품이 그려진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진으로 돌진한 일본군의 용맹을 칭송하고 전쟁을 미화하는 듯 하다. 반면 전장의 모습이 끔찍하게 묘사된 것을 보면 전쟁을 반대하는 그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후지타 쓰구하루의 '아쓰시마 옥쇄' 그림의 배경은 1943년 5월 29일 밤에서 30일 새벽 사이, 알류산 열도 서쪽 끝의 애투 섬(일본에게는 아쓰시마)에서.. 더보기
애프터눈 티와 아편, <음식의 제국> 음식의 제국에번 D G 프레이저·앤드루 리마스 지음, 유영훈 옮김/알에이치코리아/488쪽/2만원 지난 끼니에 무엇을 먹었는지 떠올려보자. 고슬고슬한 쌀밥과 구수한 된장찌개, 보기 좋게 담긴 초밥, 상큼한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 대체로 그 음식의 맛, 향, 모양이 생각날 것이다. 그런데 그 음식을 무엇으로 만들었는지까지 기억해본다면 어떨까. 음식의 재료로 쓰인 쌀, 두부, 참치, 올리브는 누가 어떻게 수확했고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른 걸까.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거나 바다에 나가 직접 물고기를 잡아오지 않은 이상, 그 재료가 식탁에 오르는 과정에는 세계인의 손이 탄다. 나라 사이의 운송 수단이 발달하고 무역 장벽이 낮아진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노르웨이 어부가 잡아올린 고등어, 케냐 소.. 더보기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함께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인가.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2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지음/휴머니스트/각 권 380쪽·392쪽/각 권 2만3000원 역사는 사실의 나열을 넘어 관점의 개입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문화권에서 나고 자라 각기 다른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자들이 함께 역사를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학자들의 국적이 공존, 평화가 아니라 침략, 피침략으로 엮여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어렵다고 피해선 안되는 일이 있다. 2차대전이 끝난 지도 70년이 다 돼가지만, 한중일 세 나라는 여전히 근현대사의 상처를 이야기한다. 잊을만하면 '망언'이 나오고, '피해보상'이나 '사과' 문제도 여태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세 나라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기술해놓지 않으면, 상처가 아물기능커녕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