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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어느 위대한 작가의 전처 비난, '사실들: 한 소설가의 자서전' 필립 로스(1933~2018)가 1991년 펴낸 '사실들: 한 소설가의 자서전'은 작가의 분신 주커먼이 표현하는 대로 "내 전처는 쌍년이었다"라고 말하는 글이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의 초반 3분의 1은 유대계 미국인으로서 작가의 성장기를 다룬다. 아버지는 유대계에 대한 은근한 멸시와 차별을 굳건한 의지로 이겨낸 남자였다. 로스는 그런 가정에서 모나지 않은 삶을 살다가 대학에 진학한다. 여기까진 부드럽게, 애상 어리면서도 적당히 진지한 분위기의 글이다. 그러다가 로스가 조시라는 여성을 만나는 대목부터 글의 분위기가 급변한다. 연상의 조시는 유대계가 아니었고, 다소 난폭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으며, 이혼한 뒤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웨이트리스였다. 단편 작가로 데뷔했고, 이제 남은 삶을 문학에 바치겠다고 다짐하.. 더보기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여정 혹은 변명, <조지프 앤턴> 824쪽에 달하는 살만 루슈디 자서전 의 메시지를 간결히 요약하면 이렇다. 표현의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그것을 위해 싸우는 만큼만 주어진다. 쓸데없는 일인지 알면서도 살만 루슈디를 만나면 묻고 싶다. "1988년으로 돌아간다면 를 다시 쓰겠냐"고. 그에겐 도 있고 도 있기 때문이다. 없이도 그의 작가적 명성은 견고했을 것이다. 그는 출간과 함께 13년간의 부자유를 경험했다. 단지 '부자유'라고 말하는 건 약하다. 그 부자유는 이동과 거주의 제한은 물론 수많은 이슬람교도들의 분노, 친구인줄 알았던 이들의 배신, 죽음에 대한 공포, 가족이나 조력자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아마 루슈디는 "그래도 를 쓰겠다"고 답하겠지. 그런 결기가 없이는 13년의 도피,.. 더보기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 <저스트 키즈> 구로사와 아키라의 자서전을 읽은 김에 예술가의 자서전을 좀 더 들춰보고 싶어졌다. 서가를 둘러보니 패티 스미스의 가 눈에 띄었다. 다 읽고 난 지금, "참 잘 챙겨두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이 책을 읽지 않았던 이유는 패티 스미스의 음악에 대해 잘 모르거니와, 히피즘에 대해서도 별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스미스가 이 책에서 한때 연인이었던 로버트 메이플소프와의 관계를 주로 다룬다는 점에 대해서는 궁금했다. 난 메이플소프의 사진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이플소프는 게이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스미스와 연인이었다는 거지?)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는 '예술가'가 되길 원했으나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 어떤 예술을 해야 하는지, 미래의 모습이 어떨지 아.. 더보기
멋진 삶에 멋진 자서전, <자서전 비슷한 것> 구로사와 아키라의 자서전 제목을 듣고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 영문판 제목도 이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판 추천사에 '추천사 비슷한 것'이란 제목을 달았다. 책은 구로사와가 만 69세쯤인 1978년에 썼다. 구로사와는 이 책을 쓰고서도 20년을 더 살았고, 다섯 편의 장편 영화를 더 만들었다. 구로사와는 그동안 자서전을 쓰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글로 써서 남길 정도로 내 이야기가 재미있다고는 생각하기 않았기 때문"에 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가 마음을 바꾼 계기는 두 명의 존경하는 감독 때문이었다. 한 명은 장 르누아르. 그는 르누아르의 자서전을 읽고 자극을 받아 그와 비슷한 것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다른 한 명은 존 포드. 구로사와는 존 포드의 자서전이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