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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아름다움을 위한 아름다움을 위한 아름다움을 위한...'파노라마섬 기담/인간 의자' 에도가와 란포의 '파노라마섬 기담/인간 의자'(문학과지성사)를 읽다. 전자는 중편, 후자는 단편 분량이다. 두 편 합해서 150쪽이면 끝난다. 에도가와 란포(1894~1965)는 일본의 유명한 추리소설 상의 이름으로 알려진 작가다. 필명은 란포가 좋아했던 에드거 앨런 포에서 따왔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 독자들이 일본 추리소설을 읽으며 에도가와 란포부터 시작하는 경우는 없는 듯하다.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현대 작가 아니면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마스모토 세이초 정도겠지. '파노라마섬 기담/인간 의자'는 문학과지성사의 '대산세계문학총서' 151권으로 나왔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해외 문학 중에서도 문학사적 의미가 있으나 국내 번역은 잘 되지 않은 작품 위주의 목록을 꾸린 것으로 알고 있다... 더보기
에로티시즘과 장애물, <열쇠> 성을 다룬 의학 다큐멘터리와 포르노그래피의 차이는 무얼까. 아마도 섹스를 하기 위해 포르노는 다큐보다 조금 더 거추장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섹스가 벌어지는 상황을 설정하고, 몇 겹의 옷을 하나씩 벗기고(혹은 섹스에 방해받지 않을 정도만 남겨두고), 카메라나 조명은 관객의 목적은 충족시키되 너무 직설적이지는 않을 정도로 영상의 각도, 움직임, 명암에 변화를 줘야 한다. 처음부터 나체로 나온 파트너들이 아무런 설명 없이 섹스를 하고, 카메라는 그것을 미동도 없이 정면으로 비춘다면? 그건 의학 다큐다. 에로티시즘은 방해받을 때 자극받는다. 지난 세기의 정신분석가들은 에로티시즘을 금기와 연계시키기도 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창비식 표기로는 타니자끼 준이찌로오!)의 는 에로티시즘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 더보기
아름답지만 입맛에 안맞는 일본요리, <가면의 고백> 미시마 유키오의 를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지만 '내가 그리 좋아하는 소설은 아니었다'는 점만 기억이 난다. 교토 여행중 실제로 금각사를 본 적이 있는데, 하필이면 도금된 외관이 밝게 반짝이는 쾌청한 날이었다. 명색이 절인데 그토록 호화롭게 금빛으로 번쩍이는 모습이 아름답거나 멋있다기보다는 어딘지 과잉으로 여겨졌다. 전혀 반짝이지 않지만 기품있으며 충격적으로 모던하기까지한 은각사와 비교하니 금각사의 아름다움이 더욱 이상했다. 아마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도 실제의 금각사를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미시마의 소설을 다시 읽었다. 1949년에 출간한 은 그의 첫 장편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쓰긴 했지만, 그리고 많은 소설가들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변형해 내놓는 경향이 있긴 .. 더보기
80년전의 매저키스트, <만,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 이른바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소설 중에 '막장스러운' 내용이 많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다지나키 준이치로의 의 줄거리는 그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의 에세이 는 내가 무척 좋아해 주변 사람에게 추천하거나 선물한 적도 있는 책인데, 혹시라도 내 추천에 를 읽은 뒤 이나 그외 다른 소설을 읽은 사람이 있다면 나를 대체 어떤 사람으로 볼까 하는 마음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타임스는 1965년 8월 6일 다지나키 준이치로의 부음 기사에서 그를 '동양의 D H. 로렌스'라 소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에서 드러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성관념은 로렌스식의 원초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섹스와는 거리가 멀다. 의 네 남녀를 한 마디로 '변태'라 불러도 무방하다. 차라리 다지나키 준이치로를 매저키즘의 창시자의 이름을 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