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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자키준이치로

백인 여성에 대한 매혹, <미친 사랑> 내친 김에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또다른 소설 (시공사)도 읽었다. 이 소설은 다니자키의 초기 문학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고 하며, 서구에 일본 문학이 알려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일본문학 번역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가 "다니자키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아니라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하지만, 솔직히 은 꽤 통속적이라서 의 정밀한 심리적 속임수나, , 의 파격적인 에로티시즘엔 미치지 못한다. 절반쯤 읽다가 "연구자도 아닌 내가 왜 1920년대 일본 풍속 소설을 읽어야 하나"는 생각이 들어 덮으려던 중 힘을 내 마저 읽었는데, 막상 읽고나니 재미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신문 연재 도중 "신문사의 형편에 따라"(아마도 검열 당국의 개입에 따라).. 더보기
에로티시즘과 장애물, <열쇠> 성을 다룬 의학 다큐멘터리와 포르노그래피의 차이는 무얼까. 아마도 섹스를 하기 위해 포르노는 다큐보다 조금 더 거추장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섹스가 벌어지는 상황을 설정하고, 몇 겹의 옷을 하나씩 벗기고(혹은 섹스에 방해받지 않을 정도만 남겨두고), 카메라나 조명은 관객의 목적은 충족시키되 너무 직설적이지는 않을 정도로 영상의 각도, 움직임, 명암에 변화를 줘야 한다. 처음부터 나체로 나온 파트너들이 아무런 설명 없이 섹스를 하고, 카메라는 그것을 미동도 없이 정면으로 비춘다면? 그건 의학 다큐다. 에로티시즘은 방해받을 때 자극받는다. 지난 세기의 정신분석가들은 에로티시즘을 금기와 연계시키기도 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창비식 표기로는 타니자끼 준이찌로오!)의 는 에로티시즘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 더보기
80년전의 매저키스트, <만,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 이른바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소설 중에 '막장스러운' 내용이 많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다지나키 준이치로의 의 줄거리는 그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의 에세이 는 내가 무척 좋아해 주변 사람에게 추천하거나 선물한 적도 있는 책인데, 혹시라도 내 추천에 를 읽은 뒤 이나 그외 다른 소설을 읽은 사람이 있다면 나를 대체 어떤 사람으로 볼까 하는 마음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타임스는 1965년 8월 6일 다지나키 준이치로의 부음 기사에서 그를 '동양의 D H. 로렌스'라 소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에서 드러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성관념은 로렌스식의 원초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섹스와는 거리가 멀다. 의 네 남녀를 한 마디로 '변태'라 불러도 무방하다. 차라리 다지나키 준이치로를 매저키즘의 창시자의 이름을 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