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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지원 찬가 (3)
  2. 영화는 21세기의 석유인가-<7광구>
이건 뭐 '하지원 찬가' 수준이다. 난 그가 나오는 영화를 대단히 좋아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하지원은 좋은 배우이자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한다.  

<7광구>의 하지원. 고생이 많았음.


 
하지원(33)은 액션 배우입니다. 이렇게 부를 여배우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데 대해 한국 감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합니다.

그가 주연한 <7광구>가 이번주 개봉합니다. 이 영화는 망망대해 위 석유시추선에서 벌어지는 대원들과 정체불명 괴수의 싸움을 그립니다. 대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하지원은 총을 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살아남습니다. 종반부 20여분은 하지원과 괴물 단 둘을 위한 무대와 다름 없습니다. 총제작비만 130억원대가 투입된 3D 블록버스터의 종반부를 홀로 책임질 한국 여배우로는 하지원 이외에는 떠오르는 이가 없습니다.
 
2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휴양지를 덮친 ‘메가 쓰나미’를 그린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에서도 하지원은 살아남았습니다. 하지원은 침체에 빠져있던 윤 감독의 재기작 <1번가의 기적>에서 여자 복서였고, 얼마전 인기를 끈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스턴트우먼이었으며, 지금 촬영중인 <코리아>에서는 탁구선수 현정화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여배우는 없습니다. 스스로 “체력장 특급, 체육 올수”였다고 자랑하는 하지원이지만, 이어지는 ‘몸 쓰는’ 작품이 쉽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피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칠 위험까지 있는 액션 영화는 몸이 재산인 여배우에게 그 재산을 탕진시킬 가능성까지 안겨줍니다. 배우들의 ‘링거 투혼’은 남용되는 기사 소재라 신선하지 않지만, 하지원이 그랬다면 진짜 힘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원은 “‘미용’이 아닌 ‘치료’ 개념의 마사지를 받는다” “머리 기를 틈이 없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것은 투정이 아니라 직업적 자부심에서 나온 말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지원은 전도연처럼 칸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는 영예를 누리는 배우는 아닙니다. 심은하나 이영애같은 우아함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김혜수같은 섹시함이나 김태희같은 미의 표준을 과시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하지원에겐 여름 휴가철 관객의 눈을 즐겁게하는 블록버스터를 홀로 이끌어나갈 힘이 있습니다. 그건 거친 몸동작 속에 섬세한 감정을 담을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간혹 물량공세를 펴는 블록버스터에 대한 고까운 시선도 있습니다만, 영화가 예술인 동시 산업인 한 앞으로도 블록버스터는 극장의 가장 큰 스크린을 차지할 겁니다. 남우의 전유물과 같았던 블록버스터의 주연을 해낸 하지원에게 격려와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지원을 능가할 정도로 ‘몸 잘쓰는’ 여배우가 나오기를 희망합니다.

쓰나미에 휩쓸리거나, 펀치를 맞거나, 기름을 뒤집어쓰거나, 멍이 들지 않은 비교적 멀쩡한 모습의 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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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 해역의 대륙붕에 위치한 해저 광구인 7광구.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은 이 지역에 사우디 아라비아의 10배 가까운 석유와 천연가스가 묻혀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인들은 ‘산유국의 꿈’에 들떴다. 가수 정난이는 ‘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을 노래하는 ‘7광구’를 불렀다. 한국과 일본은 이 지역 개발권을 두고 외교분쟁까지 벌였다.

26일 언론시사회를 연 영화 <7광구>(감독 김지훈)는 이곳을 배경으로 한다. 최근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사로 떠오른 윤제균 감독이 제작했고, 업계 1위 CJ E&M이 투자·배급을 맡았다. 게다가 <7광구>는 <아바타>로 점화된 3D영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첫 한국영화이기도 하다. 총제작비 130억원대의 <7광구>는 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7광구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석유시추선 이클립스호. 해준(하지원)을 비롯한 대원들은 연일 시추봉으로 바다 밑바닥을 뚫어대지만 어디서도 석유는 나오지 않는다. 결국 본부는 철수 명령을 내리고, 이를 위해 베테랑 캡틴 정만(안성기)이 파견된다. 그러나 정만은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서 시추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폭풍우가 거세게 치고 본부와의 연결마저 끊긴 어느날, 대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는 사고가 발생한다. 대원들은 이클립스호에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7광구>의 관건은 3D와 괴물의 디자인에 달려 있었다. 3D는 심해 장면이나 액션 장면에서 주로 효과를 낸다. 멀찌감치서 이클립스호를 당겨 찍거나, 거대한 쇠파이프 넘어지고 괴물의 촉수가 관객의 눈 앞으로 뻗어오는 장면은 3D 영화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몸 곳곳에 촉수가 달린 흉측한 괴물 디자인은 어색하지 않다. 여러 차례 불에 그을려 조금씩 변해가는 괴물의 피부도 그럴듯하게 표현됐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가 기술적 성취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가 1000만 관객을 불러모을 수 있었던 요인은 종반부 등장하는 대형 쓰나미 뿐 아니라 초중반부의 드라마와 코미디이기도 했다. 그러나 <7광구>의 초반부는 성공적이라 보기 어렵다. 괴물은 영화가 시작한 지 50분쯤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그 이전까지의 드라마나 코미디를 견디기 힘들 정도다. 몇몇 배우의 개인기와 어색한 상황 설정에 의존해 웃음의 순도가 낮다. “시추선에서 무슨 시추에이션?”, “아마추어 밑에선 안맞추어지네”같은 대사는 안일하다. 출연진의 연기가 들쭉날쑥해 극의 안정성을 해치는 정도이며, 어떤 배우는 명백히 미스캐스팅이다.
 
지금까지 괴물영화 속 괴물은 다양한 해석과 상상력을 불러오곤 했다. 냉전이 본격화된 시기인 1950년대의 괴물은 공산주의자에 대한 은유로, 1970~80년대의 좀비는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획일화된 현대인에 대한 은유로 해석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속 괴물은 미군이 무단 방류한 폐수를 먹고 자랐다.

<7광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괴물을 인간의 과도한 꿈에 기인한 창조물로 설정하면서도, 결국 그 꿈이 성취된다는 아이러니한 결말을 낸다는 점이다. 해준은 석유에 대해 강박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는데, 그 기괴한 욕망을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그도 아니면 징치할 계기가 있었다면 영화가 한층 풍요로웠을 듯하다. 그러나 영화 안팎의 누구도 그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 한국의 상업영화 최전선에 있는 영화인들은 무슨 꿈을 꾸는가. 글로벌, 한류, 3D 등의 어휘가 몇 년째 한국영화계를 유령처럼 떠돈다. 정권의 선전과 대중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7광구에선 석유가 나지 않았다. 한국영화는 석유가 될 수 있을까. 믿음이야 자유지만, 그 믿음이 괴물의 배양액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8월 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