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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만히 앉아 영화 볼 수도 없게 생겼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도록 의자를 흔드니. 피곤한 일이다.

4D 영화관

기술의 혁신은 곧 영화산업의 혁신이었다. 입만 벙긋거리던 배우들이 노래하기 시작했고(유성영화), 무채색 배경은 천연색으로 빛났다(컬러영화). 1950~60년대 텔레비전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자, 영화는 텔레비전에서 맛볼 수 없는 2.85:1 와이드스크린의 스펙터클로 맞불을 놓았다.

2009년 말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는 기술 혁신이 영화산업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흥행 기록을 순식간에 갈아치운 이 영화는 정체 상태에 빠진 영화산업의 구원병 역할을 했다.

일반상영관보다 1.5~2배 비싼 3D영화도 장사가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된 영화인들은 앞다퉈 3D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3D 다음은 무엇인가. 4D는 이미 도착했다. 2008년 CGV상암에 어린이·청소년 학습용으로 도입된 스마트플렉스를 전신으로 하는 4D상영관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특히 연일 매진을 기록한 공포영화 <블러디 발렌타인>의 인기를 계기로 전국의 4D상영관은 15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상영 중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2>를 4D로 관람했다. 상영 전 휴식시간부터 시험 가동이라도 하듯 귀 뒤에서 바람이 나왔다. “의자가 움직이니 상영 중 이동은 삼가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온 후 영화가 시작됐다. 팝콘, 콜라를 부주의하게 들고 있다간 쏟을 정도로 의자가 움직였다. 팬더 포가 40개의 만두를 삼키다가 앞으로 뱉어내는 장면에선 얼굴로 바람이 불어왔고, 화면에 폭죽이 나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 듯 순간 장내가 밝아지기도 했다.

4D가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된 곳은 역시 액션 장면이었다. 포가 악당들과 쿵후 대결을 벌이면 좌석이 상하좌우로 흔들렸고, 등받이와 엉덩이 쪽에 안마기와 같은 진동이 느껴졌다. 악어 사부가 물 속에서 튀어나오는 대목에선 물방울이 튀어 3D안경에 묻었다. 영화가 해피 엔딩에 이르자 어디에선가 비눗방울이 하나 둘씩 내려왔다.

CGV는 4D 구현을 위한 프로그래머와 시나리오 작가를 두고 장면에 걸맞은 효과를 배치한다. 관람료는 일반 2D의 2배 이상인 1만8000원이다. CGV 관계자는 “액션 블록버스터나 공포 영화가 4D와 잘 맞는다”고 말했다.

<더 룸> 포스터

5D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지하 왁스뮤지엄 안에서 만날 수 있다. 일본 기업이 제작한 5D관은 ‘세계 최초 360도 입체영상관’을 표방한다. 40석 규모의 상영관에 들어간 관객은 의자를 돌려가며 12개의 스크린을 고루 볼 수 있다.

상영 중인 콘텐츠는 <더 룸>, <환타지월드> 등 10분짜리 단편 4편이다. 실사가 아닌 컴퓨터 그래픽이며, 이렇다할 줄거리는 없다. 가장 인기가 많다는 공포물 <더 룸>은 <사일런트 힐>이나 <바이오하자드> 같은 컴퓨터 게임을 연상케했다. 폐쇄된 병원을 배경으로 기괴한 행색의 노파가 관객의 목 사이로 가위를 들이대고, 귀신의 목이 분리돼 관객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어느 곳에서 귀신이 나올지 몰라 의자를 돌려가며 사방의 스크린을 주시하게 된다.

4D와 5D영화를 볼 때는 여느 영화보다 훨씬 많은 감각을 사용해야 한다. 시각과 청각에 그치지 않고 촉각까지 동원해 영화를 봐야 한다. 신기해하면서 기꺼이 많은 관람료를 지불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피곤해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실제 4D영화 도입기에는 과도한 자극에 피로를 호소하는 관객이 적지 않았고, 이후 자극을 적당한 수준으로 낮추는 ‘타협’이 이뤄졌다.

극장 입장에선 같은 영화를 상영하면서 돈은 1.5~2배로 받을 수 있는 3D영화가 ‘캐시 카우’다. 실제 2010년 극장 관객수는 2009년에 비해 줄었지만, 늘어난 3D 관객으로 인해 입장 수익은 오히려 늘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최근 “3D 붐이 이미 사그러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나 <쿵푸 팬더2> 등의 3D 티켓 판매율이 신통치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비싼 티켓 가격과 거추장스러운 3D 안경에 관객들이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D가 시들해지면 영화 제작자들은 4D, 5D를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 될까. 영화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다만 라디오에 대비해 유성영화를, 텔레비전에 대비해 와이드스크린을 내놨듯, 영화인들은 관객의 관심, 곧 돈을 버는 또다른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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