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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생독서계획
클리프턴 페디먼과 존 S. 메이저의 <평생독서계획>을 읽다. 사실상 페디먼이 주요 저자이고, 메이저는 페디먼이 자신이 취약한 아시아쪽을 보강하기 위해 개정판에서 영입했다고 한다. 1960년에 초판이 나왔고, 번역본은 1997년의 수정 4판을 기초로 했다.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까지, 동서고금의 책 중 '평생독서' 리스트에 들어갈 133명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모았다. 각 작가당 원고지 12매 정도다. 시인이나 소설가 등 문인이 주를 이루지만, 마크르스와 엥겔스, 토마스 쿤, 공자, 헤로도토스, 혜능, 데카르트, 토크빌 등 학자나 종교인도 있다.

단점부터 간략히. 저자가 미국인이기 때문인지, 리스트가 영미권에 편향됐다. 물론 이러한 리스트가 모든 이를 만족시킬 리는 없지만, 그래도 조지 버나드 쇼, 유진 오닐은 있는데 브레히트는 없다든지, 토머스 쿤은 있는데 그 많은 프랑스의 구조주의, 후기 구조주의 학자의 이름은 하나도 없다든지 하는 점은 너무한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은 장점이 더 많다. 우선 독서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옮긴이는 후기에서 이 책들을 40세 이전에는 다 읽을 것을 권하지만, 모든 일을 작파하고 덤벼들지 않는 다음에야 이미 늦었다. 대신 너무 익숙해 이미 읽은 듯한 고전들에 다시 흥미가 생기게 하는 점은 좋다. 그런 책들은 흥미가 사라지기 전에 읽어버려야 한다. <평생독서계획>의 목록 중 나 개인의 리스트에 올라간 책은 <바가바드 기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번역 됐나?),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읽다가 실패했는데, 페디먼은 건너 뛰면서 읽으면 된다고 조언해줬다!), 조설근의 <홍루몽>, 스탕달의 <적과 흑>, 발자크의 여러 작품들,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번역된 것 같은데 찾아보니 없다. 제목이 다른가), 찰스 디킨스의 작품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이거 안 읽어봤다니까 아내가 놀랐다. 그런데 남자들 중 이 책 읽은 사람 거의 없을 듯), 멜빌의 <모비딕>,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톨스토이 빨리 읽어야 되는데) 등이다.

게다가 평을 '막' 썼다. 통상 이런 고전 목록을 보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를 뻔하고 장황하게 나열하게 마련인데, 저자들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주관적이다. 그러나 그 주관성이라는 것이 내공 없는 블로거들의 자기과시적 냉소나 비판과는 또 다르다. <돈키호테>나 <전쟁과 평화>를 두고는 '축약본을 읽어야할 필요'를 제기하는가 하면, 카프카의 인기에 '컬트적인 측면'이 있다고 언급한다. 헤밍웨이의 단편이 뛰어난 이유는 "단점들이 드러날만한 시간과 공간이 없는 까닭"이다. 여하튼 흥미롭게 읽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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