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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은 공짜입니다. <티끌모아 로맨스>와 송중기 인터뷰 (2)
'사랑은 공짜'라는 이 영화의 메시지가 정말 사랑스럽다. 비록 20대의 나는 그런 공짜를 별로 누린 적이 없는 것 같지만. 


나도 저런 셔츠 있는데. /김기남 기자



텔레비전 사극에서 만났던 부잣집 도련님, 품위 있는 왕은 잊어도 좋겠다.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감독 김정환)에서 송중기(26)는 돈은 없지만 하고 싶은 건 많은 백수 천지웅으로 등장한다. 그래도 노력이나 하면 좋을텐데, 지웅은 미래를 위한 설계는커녕 현재를 위한 대책도 없다. 용돈 떨어지면 집에 손 벌리고 집세 밀리면 집주인에게 사정하는 처지지만, 그래도 20대로서의 신체적 욕구는 여전히 왕성하다.

구질구질한 묘사의 정점은 지웅이 바지 속에 손을 넣고 벅벅 긁어대는 장면. 시나리오에는 없었는데 리허설을 하던 송중기가 이 동작을 시연하자 감독이 실전에서도 그대로
연기하게 했다. 송중기는 “(한)예슬 누나 앞에서 자꾸 그러니까 조금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이른바 ‘88만원(20대 비정규직 임금의 평균치) 세대’ 혹은 ‘삼포(돈이 없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 세대’의 삶과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웃음이라는 당의정으로 포장돼 있지만, 영화가 그리는 20대의 삶은 씁쓸하다. 취직이 안되니 돈이 없고, 돈이 없으니 연애도 못한다. 갓 유혹한 여자와의 하룻밤을 치르려는 지웅은 돈 50원이 모자라 콘돔을 사지 못하고, “천천히 알아가자”는 문자만 남긴 채 돌아선다. 한예슬이 연기한 구홍실은 어머니 유해를 납골당에 모실 돈이 없어 잘생긴 나무 아래에 뿌린다. 홍실은 종교, 병, 연애는 돈이 들기 때문에 가까이 하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티끌모아 로맨스> 중. 남자의 악기 우쿨렐레.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인기 이후 송중기에겐 시나리오가 쇄도했다. 격렬한 베드신이 있는 영화부터, 싸이코패스 살인마가 등장하는 영화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송중기는 “내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소년이지만 나중엔 아니잖아요. 다른 이미지로 급하게 변하고 싶지는 않아요.”


영화 속에서 구질구질하고 철없어 보이기 위해 별 세부묘사를 다 첨가했다. 뜬금없이 동물 흉내를 내는가 하면, “똥…똥…”하면서 잠긴 문고리를 잡고 늘어진다. 매사 심각한 홍실과 매사 걱정없는 지웅이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송중기는 지웅이 매우 사실적인 인물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 중 남자 관객이 공감할 작품이 많지 않은데, <티끌모아 로맨스>는 남자분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끌모아 로맨스>중. 송중기가 보고 우는 영화는 <겨울나그네>. 감독이 80년대에 성장한 영화팬이었음을 보여주는 장면.

송중기는 텔레비전 사극을 통해서 대중에게 각인됐다. 지난해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부잣집 도련님, 올해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젊은 시절의 세종으로 등장했다. 특히 <뿌리깊은 나무>에는 단 4회 분량이었지만, 송중기는 주저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다른 작품의 주연을 해도 될 시기에 ‘아역’을 맡겠다니 주변에선 모두 말렸지만, 송중기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지금 사극의 매력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송중기의 데뷔작도 사극 <쌍화점>이었다. 그는 “사극은 섹시한 장르”라면서 “영상이 주는 느낌, 대사의 감정, 분위기가 모두 그렇다. 연기 공부 하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차기작은 다음달 촬영에 들어갈 영화 <늑대소년>이다. 박보영과 함께 연기하며, <남매의 집>, <짐승의 끝>으로 주목받은 조성희 감독의 본격적인 상업영화다. 송중기는 “드라마나 영화나 연기는 같지만, 2시간 분량의 연기를 위해 3~4달간 집중해 캐릭터를 유지해야 하는 영화를 찍기가 조금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아기피부 송중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지/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