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디드'에 해당되는 글 1건

  1. 볼테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볼테르(1694~1778)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를 읽다. 추정컨데 이 책은 당대 프랑스 사회에서는 센세이션이었을 것 같다. 내가 그때 프랑스에 살았다면 이 책을 별로 안 좋아했을 것이다. 당대 사회 체제는 물론 철학, 전쟁, 귀족들의 예절, 종교, 문학 등 모든 것을 풍자하고 있는데, 아마 오늘날로 치면 진중권X100 정도 되겠다. 그래도 지금은 이 책이 쓰여진 시기로부터도 250년 가량이 지났으니, 이런 날선 풍자메 마음 상하지 않고 안전하게 독서할 수 있다. (예전에 마이크 타이슨이 성폭행을 저질러 수감됐다가 나오면서 "감옥에서 난 사람 됐다. 볼테르도 읽었고, 마오쩌둥도 읽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 기억한다. 이후 친구들 사이엔 "타이슨보다 무식한 놈"이라는 농담이 유행이 됐다.)

독일 베스트팔렌 지방 한 귀족 가문의 사생아로 추정되는 캉디드란 젊은이의 모험담이다. 저자는 그가 "매우 올바른 판단련과 아주 순진한 정신의 소유자"라고 쓰는데, 이는 반어법이다. 캉디드는 스승인 철학자 팡글로스 박사의 "모든 것은 최선의 상태로 되어 있다"는 말을 믿는데, 사랑하는 퀴네공드와 헤어져 그녀를 찾기 위해 전세계를 떠돌면서 결국 세계는 비참으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캉디드는 온갖 멍청한 짓을 다한다.

캉디드가 우연히 발견한 낙원 엘도라도의 현자는 그들의 종교를 설명한다. 그들은 오직 하나의 신을 믿지만, 이미 모든 축복을 받았기에 기도하는 대신 끝없이 감사한다. 성직자가 따로 없는 대신 모두가 성직자다. 캉디드는 "가르치고 서로 논쟁하고 통치하고 음모를 꾸미고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들을 화형시키는 성직자들이 없단 말입니까?"라고 놀라 되묻는다.

베니치아에서 만난 귀족 포코퀴란테 의원은 전래의 모든 거장들을 묵사발내는 발언을 한다. 그는 협주곡은 삼십분 정도 들을만하지만 그보다 오래 지속되면 모든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고 말한다, 오페라는 여배우 한 명의 목소리를 이용하는 두 세곡의 우스꽝스러운 노래들로 엉성하게 짜인 장면들이 엮어내는, 음악으로 된 형편없는 비극이라고 말한다. 호메로스는 지겨워 죽을 지경으로, 모두들 거래가 불가능한 녹슨 메달처럼 여긴다고 말한다. 베르길리우스는 썰렁하고 불쾌하다, 키케로는 모든 것에 회의를 품고 있는데 나도 그 사람만큼은 알고 있다, 여든권 짜리 과학원 연구집은 옷핀 만드는 법 하나 안가르쳐준다고 비꼰다.

이런저런 모험 끝에 캉디드는 퀴네공드를 다시 만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다. 동료 철학자 마르탱은 인간은 근심의 소용돌이 혹은 권태로 무기력한 상태에서 살게끔 됐다고 결론내린다. 터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승려는 인간이 왜 존재하느냐는 캉디드의 질문에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고, 지상에 악이 끔찍하게 많이 존재한다는 말에는 "황제가 이집트로 배를 보낼 때 배 안에 쥐들이 잘 있는지 아닌지 염려하더냐"고, 앞으로 어떡해 해야하느냐는 질문에는 "입을 다물어야지"라고 답한다.

결국 캉디드 일행은 밭을 가꾸기로 한다. 땅을 경작하는 것은 권태, 방탕, 궁핍이라는 세 가지 악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한 노인의 말을 들은 뒤 부터다. 캉디드가 "우리의 밭을 가꾸어야지요"라고 말하면서 책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