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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귀신 보는 남자. 차태현.
차태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할 말 다하는 남자였다.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아쉬움과 단점도 솔직히 말했다. 마케터 입장에서는 사색이 될 일이지만,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쌩큐~



차태현은 언제나 웃었다. 30대 중반에 졸지에 할아버지라 불렸어도(과속 스캔들) 일단 웃었다.

<헬로우 고스트>에서 차태현은 운다. 영화가 시작하면 수면제 몇 움큼을 집어 삼킨다. 수면제 자살에 실패하자 이번엔 강으로 뛰어든다. 지금까지 차태현이 맡은 역할 중 가장 어둡다.

이후 4명의 귀신이 한꺼번에 차태현을 찾아와 소원을 들어달라고 생떼다. 이들을 보내지 못하면 죽지도 못한다. 차태현은 이들에게 빙의돼 차례로 소원을 들어준다. <헬로우 고스트>는 포스터만 보면 요절복통 코미디일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엔 의외로 웃음기가 적다. 오히려 종반부에 생각도 못한 줄거리가 전개되면서 초강력 눈물 폭탄을 터뜨린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걸 왜 읽으라는 거지?’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결말에 이르러 ‘오잉?’ 했죠. 제가 우는 연기를 잘하는 애가 아닌데, 지금까지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이렇게 운 것도 처음이에요.”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는 차태현의 1인 5역에 맞춰져 있다. 차태현은 변태 영감, 골초 아저씨, 울보 아줌마, 식탐 많은 아이의 귀신에 빙의돼 차례로 그들을 흉내낸다. 차태현은 글로 볼 때는 재밌던 빙의 연기를 막상 현장에서 하려니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네 귀신의 모습을 흉내내야 하니, 상대방이 없이는 사전에 연습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차태현은 스스로 “순발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람의 행동을 보고 특징을 잡아내 따라하는데 재주가 있다는 뜻이다.

차태현과 함께 드라마 <줄리엣의 남자>,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를 만든 오종록 PD는 차태현을 두고 “못된 역을 해도 밉지가 않다. 다른 배우가 하면 욕먹는데 차태현이 하면 욕 안 먹는다”고 했다고 한다. <헬로우 고스트>의 상만도 너무나 외로워 틈만 나면 죽으려고 하는 남자다. 그러나 영화는 우울하거나 무섭지 않다. 차태현이 자체 발산하는 ‘긍정 에너지’ 덕분인 것 같다.

“드라마든 영화에서든 욕하는 게 싫어요. 대사에 있어도 입에 안 붙어 뺄 때가 많아요. 꼭 해야할 때는 얼버무려요. 결혼하고 애가 생겨서 그런지…. 뉴스에서 끔찍한 범죄가 나올 때 어떤 영화를 보고 따라 했다고 하잖아요. 물론 따라한 사람이 가장 나쁘지만, 만일 제가 그 영화 주인공이었으면 기분이 어떨까 싶어요.”

그는 “악연은 마지막 숙제”라고 했다. 언젠가 하고 싶지만 “나 이런 것 할 수 있어”라고 과시하기 위한 악역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살인의 추억> 속 박해일의 연기는 부럽다고 했다.

차태현은 20살에 방송사에서 주최한 ‘슈퍼 탤런트’ 선발 대회에 입상하면서 데뷔했다. 그는 “뭐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4년간 단역만 전전했다. 그때 생각했다. “10년 연기해도 30살이다. 길게 보자.” 이후 ‘귀여운 악동’ 같은 이미지로 전성기를 맞았지만, 조금씩 나이 들면서 실패작이 늘어났다. 그러다가 영화 <복면달호>의 작은 성공과 <과속 스캔들>의 큰 성공이 찾아왔다. 요즘은 제주도에서 경마 기수로 등장하는 영화 <챔프>를 찍고 있다. 촬영하느라, <헬로우 고스트> 홍보하느라 쉴 틈이 없다. 그는 “스케줄만 보면 제2의 전성기”라며 웃었다.

<과속 스캔들>, <헬로우 고스트>, <챔프> 등 ‘12세 관람가’ 언저리의 가족 영화만 3편째다. 그러고 보니 <엽기적인 그녀> 이후론 내세울 만한 로맨스 영화가 없다. 그는 “결혼 즈음해서 일부러 멜로 영화를 하지 않았다. 어제 결혼한 애가 오늘 멜로 영화 나오면 이상할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결혼한 지도 4년쯤 됐으니, 이쯤에서 로맨틱한 영화를 해도 색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