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에 해당되는 글 2건

  1. 바르셀로나의 배신, <카탈로니아 찬가> (1)
  2.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나도 그랬지만, 아마도 많은 한국의 독자들이 조지 오웰을 <1984>의 반공주의자로 알고 있을터다. 그러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보면 그는 반공주의자 이전에 반자본주의자이며,  <카탈로니아 찬가>를 보면 반공주의자긴 하지만 사회주의자다. (사람을 무슨 주의자로 규정하는게 웃기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이야기)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은 김에 더 유명한 <카탈로니아 찬가>까지 읽었다. 스페인 내전 당시 파시즘 진영에 맞서 싸우던 공화파 내부의 분열상에 대해서는 켄 로치의 <랜드 앤 프리덤>에서 이미 접한 바 있지만, 로치의 영화조차 <카탈로니아 찬가>가 없었다면 그 뼈대를 세우기 힘들었을 듯하다.  

오웰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출간된 직후인 1937년 스페인으로 떠났다. 공화파 의용군으로 입대해 파시스트 몇 놈이라도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공화파 의용군은 믿을 수 없을만큼의 오합지졸. 군기는 엉망이고 총쏘는 법조차 알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파시스트의 총에 맞기 전에 사고로 다치거나 죽는 이가 더 많았다.

그래도 이 군대는 특이했다. 장교와 사병의 구분이 없다. 아니 계급 구분은 있을지언정 모두가 동지였다. 상명하복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에 의한 전투가 수행됐다. 그래가지고 무슨 전투가 될까 싶긴 한데, 하여간 파시스트 진영보다 탈영병 수는 훨씬 적었다고 한다. 공화파 의용군은 군기가 없는 대신 자발성을 갖춘 셈이다. 오늘날엔 상상하기 힘든 군대의 모습이긴 한데, 결국 그래서는 전쟁에 진다.

영화에선 총알과 수류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영웅적인 활약을 보이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카탈로니아 찬가> 초반부 전쟁의 모습은 지리멸렬하다. 적의 총알보다는 추위, 불결, 굶주림, 담배 부족과 먼저 싸워야 했다. 아마 실제 전쟁의 모습도 그렇지 않을까 추측된다. 

책 후반부는 오웰이 (우연히) 속한 통일노동자당이 트로츠키파로 몰려 숙청당하는 과정을 그린다. 스탈린의 소련으로부터 군수 물자를 지원받은 공화주의 정부로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적과 싸우면서 내부의 적과 또 싸우면 전쟁을 제대로 치르기 어렵다. 남의 나라까지 와서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 각오를 했으나, 결국 그 결심이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배신당한 셈이니 오웰로서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노동자의 골수를 빨았던) 자본주의나,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트로츠키 주의자(로 몰린 사람들)를 잡아죽였던) 공산주의나 신물이 나긴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박정희는 김일성과 맞서기 이전에 내부의 '불순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내부의 반독재 세력에 비하면 김일성 정도야 괜찮은 라이벌 정도였을 수도 있겠다.

하여간 언젠가 카탈로니아에 가보고 싶다. 비록 바르셀로나는 오웰의 믿음을 오래 지켜주지 못했지만. 

영국식으로 못생긴 조지 오웰




내가 대단한 직업적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동료에게 이 직업에 대해 그럴듯한 충고나 조언을 할 처지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조지 오웰이 무려 74년전에 내놓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사회주의는 몰락하고 자본주의 역시 몰라볼 정도로 변형됐지만, 1937년이나 2011년이나 중간 계급 이하 사람들의 삶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책의 1부는 영국 북부 탄광 지대와 그곳 사람들의 삶에 대한 르포, 2부는 오웰 개인의 사상적 정체성이 형성되기까지의 성장기와 당대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과 지지다. 내 경우 2부보다는 1부가 읽을만했다. 특히 2부 후반부는 당대 사회주의가 지지받지 못하는 이유라든가, 파시즘의 발흥에 대한 경고 같은 것이 있는데,아무리 시차를 감안해 읽는다 하더라도 오늘날 사정에 꿰맞춰보기는 조금 어렵다. 특히 사회주의자=진보주의자=유물론자=기계문명 예찬론자의 공식을 기정사실화하고 생각을 풀어가는데, 오늘날 이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건 명백하지 않은가.

1부는 르포의 교과서 수준이다. 취재량이 풍부하고, 집필 의도가 명확하며, 문장이 정연하고, 분석이 날카롭다. 모든 기자가 이런 경지를 꿈꾸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이 네 가지 중에 두어 가지 요소라도 갖추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탄부들의 열악한 삶에 대한 리얼한 묘사야 그러려니 하더라도, 그들의 삶에서 얻은 자본주의 밑바닥에 대한 통찰은 모골이 송연하다. 예를 들어 스물 다섯이지만 마흔은 돼보이는 슬럼가 여자를 본 뒤 "내가 그녀의 얼굴에서 본 것은, 까닭 모르고 당하는 어느 짐승의 무지한 수난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라는 묘사, 잠깐 막장에 들어갔다 뒤 "나는 육체노동자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기를 신께 빈다"는 고백, 또 "혁명도 반동도 석탄이 필요"하다는 통찰,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노동자들이 내놓은 "'그들'이 절대 그걸 허용하지 않으리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들'이 대체 누구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전능한 존재인 건 분명했다"는 설명, "실업이 남자든 여자든 모두를, 특히 여자보다는 남자를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는 지적 등이다.

또 있다. 뛰어난 노동자 문인이 나오기 힘든 이유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안락과 고독 뿐 아니라 마음의 평화도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 빈곤층이 도박을 하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는 이유에 대해 "모든 사치 중에서도 가장 값싼 도박", "실업자가 되어 못먹고 시달리고 따분하고 비참한 신세가 되면, 몸에 좋은 음식은 심심해서 먹기가 싫은 것", "실업으로 인한 끝없는 비참함은 께속해서 고통완화제를 필요"로 한다는 문장 등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절반쯤 읽은 뒤 그가 이 책이 나온 이듬해 내놓은 <카탈로니아 찬가>를 '마이 리스트'에 넣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