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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빠가 되려는 소년, 조니 뎁
  2. 시대의 불쏘시개, 짐 모리슨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는 인어떼 장면이 볼만하다.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조니 뎁은 꿈꾸는 떠돌이 소년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가정을 지키는 아버지가 되려고 합니다.


뎁이 주연한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가 19일 개봉합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네번째 편인 이 영화는 지금까지 한국에서만 총 1천160만 관객을 모은 인기 시리즈입니다. 뎁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해적선장 잭 스패로우 역할을 맡았습니다.


스패로우 선장은 할리우드가 낳은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군에 속할 겁니다. 명색이 해적인데 그리 사악해보이진 않고, 엄청난 위기를 몰고 다니지만 얼렁뚱땅 헤쳐나갑니다. 바람둥이 같은데 애인은 없고, 비겁하지만 때론 터무니없이 용감합니다.



무엇보다 스패로우, 나아가 해적을 규정하는 특징은 정착하지 않는다는 점일 겁니다. 보물을 찾아 망망대해를 떠돌고, 어쩌다 뭍에 닿아도 싸구려 선술집에 머물뿐이죠. 스패로우를 정착시키려면 감옥에 가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뎁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성공과 함께 할리우드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시리즈 이전과 이후에도 그는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아들, 아버지였던 적이 없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뎁은 그의 영화에서 주로 기괴한 외톨이 역할로 출연했습니다. <가위손>(1990)에선 고성의 기계인간, <에드 우드>(94)에선 괴상한 성적취향을 가진 재능없는 영화감독,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에선 가족 한 명 없는 초콜릿 공장 사장이었습니다. 또 미국 서부를 떠도는 방랑자, <피터팬>의 작가 제임스 배리, 낭만적인 갱스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미친 모자장수가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낯선 조류>의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이 영화에는 전편에서 함께한 올랜도 블룸, 키라 나이틀리가 빠져나간 대신, 페넬로페 크루즈가 합류했습니다. 크루즈는 스패로우 선장의 옛 애인으로 등장합니다. 마음 한 구석에 옛 사랑의 침전물, 그만큼의 미움을 가진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모험을 함께 합니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배신을 밥먹듯했던 스패로우 선장도 이제는 옛 연인을 위해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립니다. 


물론 해적은 해적입니다. 아이 낳고 알콩달콩 한 곳에 정착해 잘 산다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돈에 눈밝은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이 매력적인 모험가를 쉽게 은퇴시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엔딩 타이틀이 다 올라간 이후, 또다른 모험을 암시하는 짤막한 영상을 보여줍니다.


정작 현실의 뎁은 완전한 정착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뎁은 10년간 동거했던 프랑스 가수 바네사 파라디와 다음달 정식으로 결혼합니다. 둘 사이엔 이미 1남 1녀가 있습니다. 진행중인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 <낯선 조류>를 들고 참석한 뎁은 “아이들이 내 영화 최고의 비평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소년에서 아버지가 됨으로서 행복해진다면 뎁에게는 좋은 일이겠죠. 그러나 스크린 위에서든 아래서든, 아버지가 되지 않는 소년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머물지 않고 영원히 떠돌며, 우리가 하지 못하는 모험을 대신 해주는 그런 인물 말입니다. <피터팬>은 그런 소망들의 집적이 아닐까 합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웬 유어 스트리엔지>는 원래 톰 디칠로 감독이 직접 내레이션을 했다고 한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상영됐는데, 관객들은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내레이션"이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디칠로의 내레이션이 단조롭고 지루했던 모양이다. 디칠로는 부랴부랴 내레이터를 섭외해 영화의 다픈 버전을 내놨다. 새로 구한 내레이터는 조니 뎁이다. 잘 구했다.



짐 모리슨은 가수라기보다는 샤먼이었다. 그의 노래는 음악이라기보다는 주술이었다. 한 세대의 억눌린 청년들을 위해 거나한 푸닥거리를 한 무당이 오래오래 사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웬 유어 스트레인지>(원제 When you’re strange·사진)는 그룹 더 도어즈와 보컬 짐 모리슨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제목은 그들의 노래 ‘People are strange’의 가사에서 따왔다. 이 노래의 가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당신이 이방인일 때 사람들은 낯설어/당신이 외로울 때 사람들은 추하게 보여/당신이 인기 없을 때 여자들은 사악해 보여/당신이 우울할 때 거리도 울퉁불퉁해.’

영화는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27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죽은 모리슨의 부음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서 시작한다. 모리슨은 데뷔 시절 무대에서 관객이 아니라 밴드를 보고 노래할 정도로 수줍음 많은 청년이었다. 그러나 데뷔 1년 만에 모리슨은 최고의 유명인이자 시대의 아이콘이 됐고, 그 유명세를 스스로 즐길 줄 아는 전략가가 됐다.

더 도어즈가 활동했던 1960년대는 미국 현대사의 격변기였다. 베트남에서 화염이 치솟자 마틴 루터 킹의 민권 운동과 히피들의 반전 운동에도 맞불이 붙었다. 모리슨은 스스로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 모든 카운터 컬처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어머니를 범하고 싶어”(The End)라는 가사를 쓰는 인물이었다. 기성 세대는 역겨워했고, 청년들은 환호했다. 모리슨은 스스로를 시대의 불쏘시개로 삼았다. 그리고 재가 됐다.

영화는 모리슨과 밴드의 불화도 언급한다. 인식의 새로운 문을 여는 것으로 여겨졌던 마약은 모리슨의 삶을 진창으로 처박았다. 술과 마약에 과도하게 의존한 모리슨과 나머지 밴드 멤버들 사이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생겼다. 더 도어즈의 콘서트에 몰린 대중 역시 그의 노래보다는 기괴한 퍼포먼스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신성한 샤먼에서 눈요깃거리 광대로 변하고 있었다.

영광의 60년대도 끝났다. 움츠러들었던 보수주의의 반격이 시작됐다. ‘바른 생활’을 원하는 보수주의자들은 짐 모리슨 규탄 집회를 열었다. 국가는 불경죄, 외설죄의 명목으로 모리슨을 법정에 세웠다. 그 이후로도 40년이 더 흘렀지만 60년대의 혁명적 기운은 돌아오지 않았다.

1990년대 미국 독립영화계 신성이었던 톰 디칠로가 연출했다. 배우 조니 뎁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