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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대의 불쏘시개, 짐 모리슨
보도자료에 따르면 <웬 유어 스트리엔지>는 원래 톰 디칠로 감독이 직접 내레이션을 했다고 한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상영됐는데, 관객들은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내레이션"이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디칠로의 내레이션이 단조롭고 지루했던 모양이다. 디칠로는 부랴부랴 내레이터를 섭외해 영화의 다픈 버전을 내놨다. 새로 구한 내레이터는 조니 뎁이다. 잘 구했다.



짐 모리슨은 가수라기보다는 샤먼이었다. 그의 노래는 음악이라기보다는 주술이었다. 한 세대의 억눌린 청년들을 위해 거나한 푸닥거리를 한 무당이 오래오래 사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웬 유어 스트레인지>(원제 When you’re strange·사진)는 그룹 더 도어즈와 보컬 짐 모리슨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제목은 그들의 노래 ‘People are strange’의 가사에서 따왔다. 이 노래의 가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당신이 이방인일 때 사람들은 낯설어/당신이 외로울 때 사람들은 추하게 보여/당신이 인기 없을 때 여자들은 사악해 보여/당신이 우울할 때 거리도 울퉁불퉁해.’

영화는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27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죽은 모리슨의 부음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서 시작한다. 모리슨은 데뷔 시절 무대에서 관객이 아니라 밴드를 보고 노래할 정도로 수줍음 많은 청년이었다. 그러나 데뷔 1년 만에 모리슨은 최고의 유명인이자 시대의 아이콘이 됐고, 그 유명세를 스스로 즐길 줄 아는 전략가가 됐다.

더 도어즈가 활동했던 1960년대는 미국 현대사의 격변기였다. 베트남에서 화염이 치솟자 마틴 루터 킹의 민권 운동과 히피들의 반전 운동에도 맞불이 붙었다. 모리슨은 스스로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 모든 카운터 컬처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어머니를 범하고 싶어”(The End)라는 가사를 쓰는 인물이었다. 기성 세대는 역겨워했고, 청년들은 환호했다. 모리슨은 스스로를 시대의 불쏘시개로 삼았다. 그리고 재가 됐다.

영화는 모리슨과 밴드의 불화도 언급한다. 인식의 새로운 문을 여는 것으로 여겨졌던 마약은 모리슨의 삶을 진창으로 처박았다. 술과 마약에 과도하게 의존한 모리슨과 나머지 밴드 멤버들 사이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생겼다. 더 도어즈의 콘서트에 몰린 대중 역시 그의 노래보다는 기괴한 퍼포먼스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신성한 샤먼에서 눈요깃거리 광대로 변하고 있었다.

영광의 60년대도 끝났다. 움츠러들었던 보수주의의 반격이 시작됐다. ‘바른 생활’을 원하는 보수주의자들은 짐 모리슨 규탄 집회를 열었다. 국가는 불경죄, 외설죄의 명목으로 모리슨을 법정에 세웠다. 그 이후로도 40년이 더 흘렀지만 60년대의 혁명적 기운은 돌아오지 않았다.

1990년대 미국 독립영화계 신성이었던 톰 디칠로가 연출했다. 배우 조니 뎁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