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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옥보단+천녀유혼 리뷰 (6)

<천녀유혼>의 류이페이(유역비)

대부분의 리메이크 영화는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졌을 때가 제일 재미있다. 원작의 광휘, 팬들의 기대를 모두 넘어서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화권에서 만들어진 2편의 리메이크 영화가 12일 나란히 개봉한다. 음지에서 사랑받은 <옥보단>과 양지에서 사랑받은 <천녀유혼>이다. 특히 전자는 새 기술의 도움을 받아 <옥보단 3D>로 태어났다.

<옥보단 3D>는 ‘전 세계 최초 3D 에로티시즘’을 표방하는데, 한국만 따져도 <나탈리>가 3D로 개봉했으니 ‘최초’란 표현은 틀렸다. 아무튼 옛 콘텐츠와 새 영상 기술을 결합시킨 <옥보단 3D>는 먼저 개봉한 홍콩과 대만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상영이 금지된 중국 관객들까지 단체로 원정을 와 관람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옥보단>에 출연한 일본 AV스타 하라 사오리

줄거리는 원작과 비슷하다. 미앙생은 지고지순한 옥향과 결혼하지만 성적 능력이 부족해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한다. 미앙생은 자신만의 왕국인 절세루에서 환락의 삶을 살고 있는 악당을 찾아가 그의 부하가 된다. 결국 옥향과 이혼한 미앙생은 기술을 연마해 연일 쾌락을 즐기지만, 차츰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시작은 야심차다. ‘CHINA 3D’라는 회사 이름과 함께 3D로 구현된 수묵화 기법으로 첩첩산중의 절이 묘사된다. 그러나 이후 3D 기술은 과시적으로 사용된다. 동전, 총알, 파편 등이 수시로 관객의 눈 앞으로 날아든다. 압권은 여성이 벗은 가슴을 모아 앞으로 내미는 장면이다. 에로틱하기보단 당황스럽다.

종반부에 드러나는 주제는 ‘부부의 진정한 사랑’이지만, 영화가 끝나기 5분 전까지는 주제를 배신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절세루에선 남자들끼리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도 여성의 신음이 배경음으로 들린다. 특히 후반부는 부담없이 우스꽝스러운 에로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겐 견디기 힘든 장면들이 많다. <쏘우> 시리즈 같은 ‘고문 호러’를 연상시키는 잔인한 표현들로 점철됐다.

<옥보단>. 좌우의 노인들은 10대라고 나온다. 가운데 있는 '극락선생'(실제론 60대. 사실은 남자)에게 기를 빨렸기 떄문에 저렇게 늙었다.

<천녀유혼>은 극장 매표소에서 표를 사기 민망한 수준의 영화는 아니다. 청대 소설집 <요재지이>에 수록된 단편 <섭소천>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여러 차례 만들어졌는데, 그중에서 한국팬들에게 유명한 것은 장궈룽(張國榮)·왕쭈센(王祖賢) 주연의 1987년작 <천녀유혼>이다. 리메이크작은 귀신 섭소천, 서생 영채신, 퇴마사 연적하의 삼각 관계 구도로 재편됐다.

원작은 산 속에서 길을 잃은 서생이 폐사(廢寺)에서 아름다운 귀신을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야기였다. 그 단순한 이야기를 인기있는 대중영화로 만든 건 젊고 아름다웠던 장궈룽·왕쭈센의 매력, 당시로선 신기한 특수효과였다. 그러나 리메이크작은 두 부분 모두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영채신 캐릭터는 비중이 줄어든데다가 매력조차 없어, “장국영을 영원히 기억하며”라는 엔팅 타이틀의 추모 문구가 민망할 지경이다. 섭소천 역의 류이페이(劉亦菲)는 제 몫을 다한다.

게다가 원작과 리메이크작의 24년 사이, 특수효과에 대한 관객의 눈높이는 너무나 높아졌다. 제작비 2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요괴와 퇴마사의 대결 장면은 매끄럽긴 하지만, 특별한 감흥은 주지 못한다.

<천녀유혼>. "나의 영채신은 이렇지 않아"라는 팬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