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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르의 아카데미 평생공로상 수상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고 든 생각은 '치졸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태도에는 '니가 뭔데 영광스러운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않느냐'는 훈계가 깔려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어떤 민족, 인종의 사람을 구별없이 통째로 매도하는 인종주의는 지탄받아야 마땅하겠지만, 일단 현재 나온 자료로만 봐서는 고다르가 반유대주의자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고다르는 현명하게도 혹은 무심하게도 최근의 논란에 대해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논란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도 있다. 게다가 반유대주의가 이토록 민감한 사안이라면, 9.11 이후 미국 내에서 거의 공식적으로 유포된 '반아랍주의'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난 칸영화제에서 고다르의 <필름 소셜리즘>을 본 느낌은, '칸에서 본 다른 영화는 다 무의미하다'였다. 이 영화가 소셜리즘과 실제 상관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화 관람 경험 자체를 뒤흔들었다. 애초 이 영화를 수입하기로 했던 곳은 막상 칸에서 이 영화를 본 뒤 수입 의사를 철회했다. 고다르측도 아무 의의없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한국의 보통 관객 10000만명 중 9999명은 욕을 바가지로 할 영화니까. 그래도 난 이 영화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명장 장 뤽 고다르의 아카데미 평생공로상 수상을 둘러싸고 때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지난 8월 아카데미 영화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협회가 고다르를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결정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예술과학협회는 “평생에 걸쳐 세계 영화팬들의 마음을 움직여 왔으며 영화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왔다”며 고다르와 <대부>의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등에게 평생공로상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매년 2월 열리지만, 평생공로상은 11월13일 별도의 행사에서 주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영화예술과학협회가 고다르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하면서 일이 불거졌다. 79세의 노장 고다르는 현재 스위스의 자택에서 은둔하다시피 지내고 있어서 전화, 팩스, e메일 등 어느 것으로도 수상 통보는 물론 시상식 참석 여부조차 물어볼 수가 없었다. 고다르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도 신작 <필름 소셜리즘>을 출품했지만, 기자회견 직전 불참을 통보하는 등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유명 영화평론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필진이었던 고다르는 1959년 <네 멋대로 해라>로 데뷔하면서 세계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른바 ‘누벨 바그’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그는 정치와 예술 양 측면에서 혁신적인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며 세계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명장이 됐다.

고다르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평소 관습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조롱해온 고다르의 의도적인 보이콧이라는 둥, 2월의 아카데미 시상식이 아닌 별도 행사에서 상을 받는 것에 기분이 상했다는 둥 온갖 추측이 나돌았다. 영화예술과학협회와 고다르의 ‘불통’은 고다르의 아내이자 프로듀서인 안 마리 미에빌이 입장을 정리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미에빌은 “고다르는 미국에 가지 않을 거다. 그런 일을 하기에 그는 너무 나이들었다. 쇳조각을 받기 위해 미국까지 갈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고다르의 시상식 참석 거부가 그의 반유대주의적 태도 때문이라는 논란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화 경력 내내 좌파적·진보적 관점을 유지해온 고다르는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옹호했으며, 이는 팔레스타인을 탄압해온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태도는 유대계 미국인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할리우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정작 고다르는 서구 언론·영화계의 숱한 논란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카데미 평생공로상 시상식에 참석할지 여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나무는 가만 있는데 바람이 거세게 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