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에 해당되는 글 2건

  1. 사이트 앤 사운드의 2010 베스트 영화
  2. <소셜 네트워크> 혹은 누가 찌질이가 되길 원하는가

결산의 계절이다. 영국의 영화평론지 <사이트 앤 사운드>가 2010 베스트 영화 10편을 선정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1. The Social Network (David Fincher)
2. 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 (Apichatpong Weerasethakul)
3. Another Year (Mike Leigh)
4. Carlos (Olivier Assayas)
5. The Arbor (Clio Barnard)
6. Winter’s Bone (Debra Granik)
6. I Am Love (Luca Guadagnino)
8. The Autobiography of Nicolae Ceausescu (Andrei Ujica)
8. Film Socialisme (Jean-Luc Godard)
8. Nostalgia for the Light (Patricio Guzman)
8. Poetry (Lee Chang-dong)
8. A Prophet (Jacques Audiard)

Plus a slightly disputed next tier:

13. Certified Copy
13. Meek’s Cutoff
15. Dogtooth
15. Enter the Void
15. Mysteries of Lisbon
15. Of Gods and Men
19. Aurora
19. Exit Through the Gift Shop
19. Four Times
19. The Ghost Writer
19. Over Your Cities Grass Will Grow

<소셜 네트워크>가 1위고, <엉클 분미>가 2위다. 고다르의 <필름 소셜리즘>, 이창동의 <시>,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는 공동 8위다. <소설 네트워크>는 나도 재미있게 본 영화긴 하지만, 올해 최고의 영화인지 확신은 못하겠다. 사이트 앤 사운드가 영국 잡지라서 그렇게 뽑은 것 같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리스트는 분명 다를 것이다.(그러나 카이에 뒤 시네마도 데이비드 핀처를 좋아해오긴 했다) <소셜 네트워크>는 각본가 아론 소킨의 대사발이 죽여주는 영화(인 것 같)다. 우리나라 개봉판에도 번역자가 고생을 좀 했을 듯하다. 대사양이 많고 위트가 넘친다. 영어권 바깥의 관객에겐 완전한 이해에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난 이 영화가 "고리타분하다"는 정성일의 말을 조금 이해하겠다. 소셜 네트워크를 다루면서 소셜 네트워크의 속성 자체보다는 그 뒤 인간의 이야기를 하다니. 난 이 영화를 보기 전 전자를 기대했다.


칸영화제가 최고는 최고인 것이, 10위권 영화 중 우리에게 낯선 작품은 대부분 올해 칸 영화제 프리미어 작이다. 물론 이창동, 고다르의 영화도 올해 칸에서 선보였다. 10위권 바깥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위에 나온 영화들 중 본 영화중에서 올해 내 베스트를 꼽는다면...역시 <필름 소셜리즘>을 들 수밖에 없겠다.

그리고 아래는 <소셜 네트워크>의 두 가지 포스터. 영화팬들은 한국 포스터의 문구가 "후지다"고 투덜대는 모양인데, 일리가 있는 투정이지만 내가 마케터라도 한국판 포스터의 문구를 만들 수밖에 없겠다. 한국 영화팬들은 한국 대다수 관객의 성향이 자신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스스로 명민한 평론가이자, 대단한 마케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판 포스터 문구를 그대로 번역해 내걸었다면, 대다수 관객에겐 "이뭥미"적 반응이 나왔을 것 같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인터넷 이용자들이 서로 알고 사귈 수 있게 도와주는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 등의 서비스로, 관계 맺기에 갈증을 느끼는 현대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사람을 안다는 건 얼마나 아는 걸까. 
 
18일 개봉하는 <소셜 네트워크>의 언론시사회가 5일 열렸다. 이 영화는 10월 1일 미국에서 개봉해 곧바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이미 제작비(약 5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감독은 <세븐>, <파이트 클럽>의 데이비드 핀처, 각본은 텔레비전 시리즈 <웨스트윙>과 영화 <어 퓨 굿맨>의 아론 소킨이다. 1990년대 인더스트리얼 뮤직의 총아 트렌트 레즈너(나인 인치 네일스)가 영화음악을 맡아 들어본 적 없는 OST를 들려준다.  
 
SNS 자체보다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2003년 가을, 하버드 대학의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는 여자친구에게 차인다. 주커버그의 미성숙한 언행이 원인이었지만, 그는 반성하는 대신 블로그에 여자친구 욕을 올리고 교내 여학생들의 외모를 비교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물의를 일으킨다. 
이 사건을 계기로 주커버그는 대학내 엘리트 조직을 이끄는 쌍둥이 윈클보스 형제(아미 해머의 1인 2역)의 눈에 든다. 윈클보스 형제는 주커버그에게 하버드 엘리트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SNS 제작을 의뢰한다. 주커버그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몰래 페이스북을 만들고, 친구 왈도 세브린(앤드류 가필드)에게 마케팅을 맡긴다. 





페이스북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한 윈클보스 형제는 분을 참지 못한다. 아울러 페이스북의 가능성에 매력을 느낀 숀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주커버그에게 접근한다. 파커는 19세에 음원 공유 사이트 냅스터를 만들어 미국의 음반산업을 몰락 직전까지 몰아간 장본인이었다.
 
2010년 7월까지 페이스북의 가입자는 5억명을 돌파했다. 현재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58조원, 26세인 주커버그의 재산은 8조원이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는 하버드 출신 컴퓨터 천재의 성공기가 아니다.
 
영화는 주커버그가 세브린 및 윈클보스의 소송에 대응하는 현재, 페이스북을 만든 당시의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500만명의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주커버그가 현실 속 단 하나의 친구 세브린과의 관계를 망쳐가는 모습이 보여진다. 





주커버그가 여자친구와 마주앉은 영화 첫 장면은 주제를 함축한다. 여자친구는 대화하려 하지만, 주커버그는 독백한다. 상대의 반응에 상관없이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주제를 마음대로 말한다. 자신이 SAT에서 만점맞은 이야기, 교내 엘리트 클럽에 들어가고 싶다는 속내 등이다. 결국 결별을 선언당하자 상대방의 학력까지 들먹이며 자신의 못남을 드러낸다.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에 광고를 넣자는 세브린의 제안을 끝내 거부하는데, 이유는 광고가 ‘쿨’하지 않기 때문이다. 웹상에서 그토록 쿨한 청년은 맥주 한 잔 건너편의 여자친구와 대화조차 이끌지 못한다.
 
주커버그는 소극적인 이기주의자지만, 영화 중반에 등장해 극을 휘젓는 파커는 적극적 이기주의자다. 파커의 모든 행동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키겠다는 목적을 가진다. “모두 벌벌 떨게 만들겠다”는 것이 삶의 목표다. 눈을 감으면 세상이 없어질 것처럼 생각하는 어린아이다. 주커버그는 파커에게 물든다.
 
영화에는 ‘asshole’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자막에는 ‘찌질이’라고 번역되는데 맥락상 적당하다. 주커버그 변호팀에 속한 젊은 여성 변호사는 말한다. 

“당신은 찌질이가 아니에요. 찌질이가 되고 싶어할 뿐이에요.” 

<소셜 네트워크>는 현실에서 ‘쿨’할 수 있던 젊은이가 스스로 ‘찌질이’가 돼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주커버그는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거액의 돈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여느 청년 갑부와는 달리 소탈한 삶의 모습도 공개했다. 그러나 현지에선 이 기부에조차 곱지 않은 시선이 쏠렸다. 영화가 보여줄 나쁜 이미지를 사전에 희석시키겠다는 속셈 아니겠냐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영화다. 현실의 주커버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는 그 인간 됨됨이에 관계없이 ‘찌질이’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을 것 같다. 

확실한 건 인터넷에서 ‘쿨’한 사람이 현실에서 ‘쿨’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반대로 인터넷의 ‘찌질이’가 현실에서 ‘쿨’할 가능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