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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평전과 자서전



사실 난 힐러리 클린턴을 싫어하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다툴 때도 내심 클린턴을 응원했다. 난 연설을 지나치게 잘하는 사람을 별로 안믿는 편인데, 버락 오바마가 딱 그랬다. 반면 클린턴은 그 권력욕, 권모술수, 추진력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꽤 어울릴 것 같았다. 사랑받지 못하지만 일은 잘하는 대통령이 될 것 같았다. 물론 뭐라고 생각해봐야 내겐 미국 대통령 투표권이 없지만.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은 해외에서 반응이 별로 안 좋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힐러리 클린턴의 민주주의 이론, 사상적 지향점 같은 걸 알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린 그저 버락 오바마와 다른 힐러리 클린턴의 포지션, 케네디, 부시에 이어 클린턴 가문이 미국의 왕가로 등극할 수 있을지가 궁금할 뿐이다. 




HRC 힐러리 로댐 클린턴

조너선 앨런·에이미 판즈 지음, 이영아 옮김/와이즈베리/504쪽/1만8000원


힘든 선택들

힐러리 로댐 클린턴 지음, 김규태·이형욱 옮김/김영사/860쪽/2만9000원


힐러리 로댐 클린턴(67)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다음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는 클린턴을 제외하고는 유력한 후보가 없다. 공화당에서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렌드 폴 켄터키주 상원의원 등이 대선 주자 후보군이지만, 현재 클린턴의 인기와 지지율에는 크게 못미친다. 결국 내년 11월 치러질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선거는 ‘클린턴 대 그 외 후보’의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마침 클린턴의 삶과 생각, 그에 대한 평가를 살펴볼 수 있는 책들이 나란히 나왔다. <HRC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미국의 정치 전문 기자들이 클린턴의 동료, 지지자, 정적 등 200여명을 만난 뒤 써낸 책이다. 전반적으로 클린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미국 정치판의 흥미진진한 면모를 양념처럼 서술했다. 미국 정가의 흑막을 그린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과장된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책은 클린턴이 2008년 6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탈락한 직후부터 시작한다. 클린턴의 보좌진들은 지지자들이 떠나간 텅빈 사무실에서 ‘살생부’를 작성하고 있다. 이들은 선거 운동 기간동안 클린턴을 지지하는 의원, 오바마를 지지하는 의원, 관망하는 의원을 세심하게 분류했으며, 지지자라 하더라도 얼마나 성실했는지까지 철저히 기록했다. 이런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클린턴의 정치 인생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생부는 다시 권력을 잡았을 때 상벌을 내릴 기준이 된다. 


재기를 위해서는 패배수락 연설조차 명연설이어야 했다. 오바마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도 자신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룬 성취를 알리고, 그럼으로써 향후의 지지세력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클린턴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자신의 여성성을 강조하길 꺼렸으나, 이 연설에서는 보좌관의 의견을 받아들여 “비록 우리가 이번에는 가장 높고 가장 단단한 유리 천장을 부수지 못했지만, 1800만 개의 균열(클린턴이 얻은 1800만 표를 뜻함)을 냈습니다”라는 표현을 삽입했다.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오바마는 치열한 경쟁상대였던 클린턴에게 최소 3차례 국무장관직을 제안했고, 클린턴은 그때마다 상원의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거절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할 수 있는 자리였다. 결국 오바마의 제안을 받아들인 클린턴은 곧바로 재무장관 티모시 가이트너를 제치고 오바마 내각에서 가장 힘있는 장관이 됐고, 의료 개혁 문제 등으로 오바마가 흔들릴 때도 변함없이 대통령을 떠받쳤다. 


미 국무장관은 전통적, 법적으로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는 정치인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클린턴이 국무장관직 수행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동시, 세계 속 미국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했다고 평가한다. 클린턴과 같이 일한 사람들은 처름엔 두려워하다가, 마지못해 존경하다가, 진심으로 존경하고 좋아하게 된다고 증언한다. 





<힘든 선택들>은 클린턴이 주로 국무장관 재직 시절을 돌아본 자서전이다. 스스로 쓴 책이니만큼 클린턴 자신의 정치관, 세계관, 인생관 등을 다소 장황하게 펼친다. ‘힘든 선택들’이란 정부 최고위층이 국가의 안전, 힘,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불완전한 정보와 상충하는 긴급한 책무들” 속에서 판단을 내리는 상황을 뜻한다. 


오히려 재미있는 대목은 국무장관으로 112개국, 160만㎞를 여행한 그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촌평이다. 정적에 의해 사면받은 아웅산 수치를 만나서는 “대안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 협력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대안이 나타나지 않는 한 계속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의 일부분이다”라고 조언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다른 국가의 지도자를 약쟁이, 야만인으로 헐뜯는 면모와 매우 신사적인 면모를 동시에 가진 사람으로 평가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대의 말을 듣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 고집쟁이였지만, 푸틴이 열정을 가진 야생동물 보호에 대해 이야기하자 마음 문을 여는 사람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자신에게는 ‘봉사 유전자’가 있으며, 조국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더 고귀한 소명은 없다고 강조한다. 남편이 대통령이었고, 직속 상관도 대통령이었던 여성이 이제 스스로 대통령이 되려고 나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