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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발리우드의 역습, <세 얼간이> (3)



인도영화 <세 얼간이>는 ‘불다(불법다운로드)계의 <아바타>’로 불린다.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도 되기 전이지만, 포털 사이트나 개인 블로그에 오른 리뷰가 홍보사 집계로 2만건이고, 평점은 9점대다. 실제 <세 얼간이>는 2009년말 인도 개봉 당시 <아바타>를 제치고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인도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임페리얼 공대(ICE). 총장은 “인생은 레이스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짓밟힌다”며 학점, 취업률만 강조한다. 엉뚱한 신입생 란초는 굴욕적인 신고식을 강요하는 선배, 주입식 교육을 하는 교수를 골탕먹인다. 가족의 강요와 기대에 힘겹게 학교생활을 하던 파르한과 라주는 란초의 영향 아래 흥미진진한 학교생활을 한다. 그러나 총장의 강압적 교육에 짓눌린 학생들은 지쳐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까지 나온다. 


문맹률이 높은 인도에선 영화가 최고의 오락거리로 꼽힌다. 인도에선 1년에 1000편 가까운 영화가 제작되는데, 이는 미국의 2배다. <세 얼간이>는 통상 ‘발리우드’(뭄바이의 옛 이름인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지칭되는 인도영화의 특성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발리우드 영화는 코미디와 멜로드라마를 위주로 하고, 극과 느슨하게 연관된 춤과 노래 장면이 들어있다. 상영시간은 통상 3시간~3시간30분에 달하는데, <세 얼간이> 역시 인도개봉판 상영시간은 2시간50분이다. 한국에서는 인터내셔널 버전(2시간)에 제작사의 협조로 일부 장면을 덧붙인 2시간20분 버전이 18일 개봉한다.




<세 얼간이>가 보여주는 인도 사회의 모습은 현재의 한국 사회와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학점으로 귀결되는 경쟁 속에 진짜 꿈을 잃어가는 학생,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는 자식, 사랑 대신 부의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결혼 등이 그렇다. 극중 명문 공대 ICE에서 벌어진 일은 올해 KAIST에서 잇달아 일어난 비극과 고스란히 겹친다. 영화가 제공하는 웃음과 눈물의 포인트 역시 한국 관객의 정서와 맞닿아있다.

<세 얼간이>는 인도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200~250개 스크린에서 공개된다. 영화가 한국 관객의 취향에 잘 맞는다는 점과 함께, 2009년 <블랙>, 올해 <내 이름은 칸>이 개봉해 호평받고 흥행했다는 점도 대규모 개봉의 배경이 됐다. 영국영화지만 인도 배우를 써 발리우드 분위기를 내면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도 인도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의 이질감을 낮추는데 한몫했다.


<세 얼간이>는 지난달 열린 제3회 CGV 다문화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CGV 다양성영화팀 이원재 프로그래머는 “많은 인도영화는 ‘대책없는 긍정성’이라는 대중영화의 미덕을 잘 살리고 있다”며 “<세 얼간이>는 인도의 치열한 교육현실을 다뤄 세계의 젊은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민을 담고 있어 보편성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1만30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한국인도영화협회 정광현 회장은 “흔히 인도 감독은 ‘여자를 잘 울린다’고 할만큼 감성에 호소하는 영화를 잘만들고, 가족 중심 코드가 깔린 영화들도 많다”며 “이같은 부분이 한국 관객에게 호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얼간이>의 흥행 여부는 향후 인도영화의 한국 개봉에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로봇>, <가지니> 등 인도에서 흥행한 작품들이 수입돼 개봉 시기와 규모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