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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온코티아르

어느 짐승의 삶, <러스트 앤 본> *스포일러 적정량 함유 이 남자는 한 마리 짐승이다. 싸우고 섹스하고 자고 다시 싸우고... 그 외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물론 싸운다고 해서 아무하고나 싸우는 건 아니다. 이 남자는 넘처나는 남성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할 뿐이다. 한때 복싱 선수였던 그는 프랑스로 건너와 경비원 일로 연명하는 사이에도 운동을 쉬지 않는다. 그리고 뒷골목의 불법 격투기판에 끼어든다. 돈은? 이겨도 몇 푼 되지 않는다. 이 남자는 그저 때리고 맞고 피흘리는게 즐겁다. 고향 어딘가에 남은 듯한 아내는 영화 속에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남자에겐 어린 아들이 있지만, 가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명감 따위는 갖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남자에겐 싸울 때 쓰는 에너지 말고도 다른 에너지가 남아 있다. 그래서 괜찮아 보이는 .. 더보기
예술적 영웅들과 벌이는 연애 대결, <미드나잇 인 파리> 쉬는 날 운좋게도 언론 시사회가 있었다. 개봉 하면 보러 가게될 확률이 90% 이상인 이 영화를 미리 볼 기회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았다. 포스터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헐리우드 각본가 길이 약혼녀 이네즈, 그녀의 부모와 함께 파리 여행을 온다. 그런데 길과 이네즈 집안은 뭔가 좀 안맞다. 길은 비록 몸은 할리우드에 있지만 마음은 파리에 머물고 싶어한다. 조금씩 소설을 밀고 나가지만 자신의 재능에 확신은 없어 보인다. 비맞으면서 산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는 70% 정도 현실에 발목 잡혀 있으나 여전히 보헤미안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반면 이네즈 가족은 현실적이다. 조금 경멸적인 의미에서의 전형적 미국인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은 미국 바깥에서 살 생각이 전혀 없다. 파리는 그저 값비싼 골동품 가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