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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테러의 영화화, '런던 해즈 폴른'


웃자고 달려온 영화에 죽자고 달려들 필요는 없지만.


연출 바박 나자피/ 출연 제라드 버틀러·아론 에크하트/ 15세 관람가/ 98분



영국 총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자 각국의 정상들이 장례식 참석을 위해 런던에 모인다. 영국에 도착한 각 정상들은 삼엄한 경계 속에 장례식장으로 향하지만, 이들을 노린 동시다발적인 테러로 런던은 아수라장이 된다. 최측근 경호원 마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의 활약으로 인해 미국 대통령 벤자민 애셔(아론 에크하트)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지만, 둘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테러리스트들이 들끓는 런던에서 고립무원의 상태가 된다. 

<런던 해즈 폴른>(원제 London has fallen)은 2013년 <백악관 최후의 날>(원제 Olympus has fallen)의 속편이다. 경호원, 미국 대통령, 미국 부통령(모건 프리먼) 역의 배우가 모두 같다. 전편이 북한 공작원들의 백악관 습격을 다뤘다면, 이번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를 소재로 삼았다. 





할리우드의 왕성한 소화력은 익히 알려져있지만, 테러리즘이 서구 곳곳에서 발흥하는 가운데 테러리즘 자체를 소재로 삼은 액션영화라는 점이 <런던 해즈 폴른>의 특징이다. 전세계 명소를 무참히 파괴하는 건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공식이기도 하지만, <런던 해즈 폴른>은 여기에 한 가지 스펙터클한 요소를 더했다. 바로 각국 정상들의 죽음이다. 이탈리아 총리는 젊은 연인과 함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올라 “널 위해 통째로 빌렸다”며 허세를 부리다가 폭사한다. 일본 총리는 검은 일제 세단을 타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다가 첼시교가 무너져 죽는다. 프랑스 대통령은 유명한 관람차 런던 아이가 보이는 템즈강 위의 보트에서 여유를 즐기다가 죽는다. 

게임이 영화화되거나, 아니면 영화가 게임의 시점이나 형식을 흉내내는 경우가 잦아졌다. <런던 해즈 폴른>이 그렇다. 영화 종반부, 배닝은 특수부대와 함께 테러리스트의 본거지인 빌딩에 접근한다. 카메라는 마치 <서든 어택> 같은 1인칭 슈팅 게임의 시선을 모방한다. 카메라는 배닝의 손짓을 따라 적의 총격을 피하면서 조금씩 빌딩으로 이동한다. 컷이 좀처럼 끊기지 않는다는 점도 슈팅 게임을 닮았다. 

제라드 버틀러는 <300>에서 탄탄한 복근과 “스파르타!”라는 외침으로 유명해진 배우이며, 이런 배우가 유능한 경호원 역을 맡은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아론 에크하트 역시 <다크 나이트> <월드 인베이젼> 등의 액션영화에서 액션 연기를 선보인 적 있는 배우니, 대통령으로 등장해 경호원의 보호만 받고 있기엔 답답했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 역시 결정적 순간엔 아무렇지도 않게 총을 쏴 테러리스트를 제압한다. 

테러를 게임으로, 또 게임을 닮은 영화로 만드는 이들의 담력이 크다고 해야할지, 무감각하다고 해야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