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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마의 휴일1

5박6일 출장 기간 중 4일이 휴일. 말그대로 로마에서 보낸 휴일. 기가 막힌 일정에 투덜대며 떠난 길이었지만 막상 가보니 볼거리가 많았다. 일정 중 짬을 내 로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하루는 가이드를 따라 바티칸 투어, 다음날은 홀로 로마 시내를 돌아다녔다.

위로부터 바티칸 박물관 안뜰, 멀리 보이는 성베드로 성당의 돔, 이름 모를 대형 고대 조각상. 바티칸 시민은 교황과 전세계 추기경으로 구성됐다. 그러므로 한국의 추기경은 한국과 바티칸의 이중국적이다. 출산율은 이론적으로 0%.

이번 로마행의 최대 수확인 라오콘 군상. 라오콘은 트로이 사제였다. 그리스인들이 목마를 놓고 사라지자, 트로이인들은 전쟁이 끝났다고 기뻐하며 목마를 성 안으로 들여놓으려 했다. 라오콘은 목마를 의심했고, 그 안에 그리스 병사들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때 이른 승리감에 도취된 트로이인들은 라오콘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날밤, 그리스의 신들은 자신들의 계략을 알아차린 라오콘에게 물뱀을 보내 세 부자를 살해한다. 기원전 2세기쯤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대리석상은 르네상스 시대에 발굴됐다. 신들의 계략을 알아차릴 정도로 영리하다는 '죄' 때문에 죽음에 이른 라오콘과 그의 무죄한 아들들. 아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혹은 도움을 청하며 바라보지만 이미 라오콘의 근육 곳곳에는 독이 뻗쳤다. 너무 많이 안 자의 숙명, 거대한 운명 앞에 선 왜소한 인간의 무력감. 2000여년전 고대인들의 달관의 마음과 숙련의 손길. 바티칸의 프레스코화도 훌륭했지만, 더욱 감동적이었던 건 이런 대리석상들이었다.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살아 움직였다. 대리석 안에 원래 형상이 있었고, 불필요한 부분만을 쳐낸 듯한 조각가의 손길.  


반면 기대를 잔뜩 품고 간 성베드로성당의 피에타상은 이런 모양이었다. 1970년대. 한 헝가리 수도사가 망치를 들고 뛰어들어 성모 마리아의 얼굴과 팔을 내려치는 바람에, 이후엔 저런 방탄 유리 뒤로 모습을 숨겼다고 한다. 어머니가 어찌 이런 수난을. 마음이 몹시 상해 얼마 머물지 않고 지나쳤다.

위로부터 성 베드로 성당의 화려한 내부, 성 베드로 성당의 야경. 세계 카톨릭의 본산이자 기독교 예술의 정수가 모인 성 베드로 성당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괴테는 카톨릭의 엄숙하고 기나긴 의식을 본 뒤 자신의 "개신교적 견유주의"를 언급했다.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에게 "햇빛 가리지 말아달라"는 유일한 부탁을 했듯, 괴테는 "신과 직접 소통할테니, 번거로운 의식일랑 사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괴테의 견유주의를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카톨릭의 의식에도 무시못할 의미가 있다. 어떤 마음은 의식을 통해 생긴다. 머털이는 누덕도사 밑에서 물 긷고 밥 하고 청소 하는 의식을 치르면서 절로 도술을 익히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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