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쓰는아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아빠, 물리학의 법칙을 어겨주세요. (7)

'미운 네 살'이란 말이 있었나? 미운 다섯 살이었나? 아무튼 요즘 아이는 '미운' 행동을 종종 한다. 그 대부분은 바로 터무니 없는 떼다. 엄마, 아빠가 인도하는대로 고스란히 따르며 행복해하던 아이는 영원히 사라졌다. 


아이의 '미운' 행동이란, 대체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데서 나오는 것일게다. 그러나 아이의 생각, 판단, 행동은 아직 깊거나 넓지 않으니, 그 바깥을 볼 수 있는 어른들과 부딪히는 건 당연하다. 아이가 떼를 쓰는 건 자라고 있다는 증거다.


....라고 육아 교과서에 나올 법한 생각을 하면 좋겠지만, 그건 유아교육 전문가나 의사 정도나 돼야 할 수 있는 것.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본 부모로서는 순식간에 억장이 무너지고 자아가 붕괴되고 세상이 끝나는 듯한 기분에 빠져드는 거다. 


텔레비전을 더 보겠다거나, 과자를 더 달라거나, 잠을 안자겠다거나 하는 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들어줄 수도 있는 떼니까. 문제는 아이가 물리학의 엄격한 법칙을 거슬러달라고 요구할 때다. 뉴턴이든 아인슈타인이든 호킹이든, 지구인이라면 다들 지켜야 하는 법칙을 깨라고 요구할 때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 아이가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났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딩동댕 유치원>이 이미 끝났다. 그런데 아이는 <딩동댕 유치원>을 보고 싶다고 한다. 난 이미 끝났다고 대답한다. 아이는 그래도 보여달라고 한다. 난 네가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이미 끝났다고 한다. 아이는 그래도 보여달라고 한다. 나의 출근 시간은 다가온다. 난 얼른 밥을 먹고 씻자고 한다. 아이는 여전히 보여달라고 한다. 그리고 운다. 운다. 운다. 


또 이런 경우. 식당에 가서 만두와 칼국수를 시켰다. 먼저 나온 만두를 조그맣게 잘라 아이에게 먹어보라고 줬다. 아이는 안먹는다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먹어보라고 했는데 여전히 싫다고 한다. 그래서 나와 아내가 만두를 다 먹었다. 곧이어 칼국수가 나왔다. 아이는 칼국수를 조금 먹더니 만두를 달라고 한다. 네가 안먹겠다고 해서 엄마, 아빠가 다 먹었다고 했다. 아이는 만두, 만두, 만두 하면서 울어댄다. 칼국수를 먹으면서도 만두, 만두, 만두하고 울어댄다. 


아이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지 못한다. 지구에 살던 이 중에는 오직 슈퍼맨만이 시간을 되돌렸다. 그는 죽은 연인 로이스 레인을 되살리기 위해 지구를 자전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날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렇게 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건지는 안해봐서 모르겠다) 슈퍼맨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순간, 아버지인 말론 브란도의 목소리가 목욕탕 안에서처럼 울린다. "시간을 되돌리는 건 금지된 일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슈퍼맨에겐 아버지의 말씀보다 애인이 더 중요하다. 



시간을 거스르는 남자, 크리스토퍼 리브(1952~2004). '슈퍼맨' 리브는 <남아 있는 나날>에서 이상적이지만 무능한 미국인을 연기했다. 


아이는 슈퍼맨이 아니지만, 세상에 적용하는 자신만의 미학적 기준이 공고하다. 그 기준은 자석 블록이나 레고를 만들 때 형상화된다. 아이는 블록들을 이리 저리 더덕 더덕 붙이면서 무언가 기괴한 형상을 만든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집이라든가, 비행기라든가, 자동차라고 답한다. 내가 보기엔 전혀 집, 비행기, 자동차 같지 않지만, 아이가 그렇게 답하기 때문에 "우와 멋지다!"라고 칭찬해준다. 아마 천상 혹은 마음 깊은 곳의 이데아가 그렇게 표출되는 것 같다. 재밌는 건 그렇게 이상하게 생긴 구조물에도 어떤 완성의 지점이 있다는 거다. 구조를 허약하게 만들다보니 조금 들어 이동하면 부서질 때가 있는데, 아이는 당연히 울고불고 난리다. 내가 얼른 비슷하게 맞춰져도 소용이 없다. 작은 블록 하나만 어긋나도, 아이는 그것이 3분 전에 만들었던 그 걸작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기엔 멀쩡한데 "이것도 아니야!"라고 성질을 내면서 도자기를 깨뜨리는 도공의 심정일까. 


아무튼 아이를 키우다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가 곤히 자는 한밤중에 블로그에 이런 헛소리를 쓸 소재도 얻는다.  



인터넷에서 불 펌. 아이가 이 모양으로 울면 부모는 속수무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