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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누구도 예상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겠다. 하지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그의 아들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고 권력자 자리를 승계한 시점에 <라이온 킹 3D>(사진)가 개봉한다는 소식은 매우 공교롭다. 그 많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니 현대의 영화를 통틀어도 <라이온 킹>만큼 부자(父子) 세습을 노골적으로 정당화하는 작품도 없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 스튜디오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한 채 침체에 빠져 있었다. 회생의 계기는 1989년 뮤지컬 형식을 도입하고 아이뿐 아니라 어른 관객까지 노린 <인어공주>였다. 이후 <미녀와 야수>(1991), <알라딘>(1992)으로 승승장구하던 90년대 디즈니의 행운과 실력은 1994년작 <라이온 킹>에서 절정에 달했다. <라이온 킹>은 디즈니 스튜디오 최초의 창작 애니메이션이자 스튜디오에 역대 최고의 수익을 가져다준 작품으로 기록됐다. <라이온 킹>이 그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8억달러(약 9200억원)에 달했다.

<아바타>(2009) 이후 불어닥친 3D 바람을 그저 흘려보낼 할리우드가 아니다. <라이온 킹> 역시 3D로 다시 만들어져 9월 미국에서 재개봉했다. 결과는 쏠쏠했다. 재개봉 영화임에도 2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원작의 막대한 수익에 9300만달러(약 1075억원)를 더했다.



3D로 거듭났지만 <라이온 킹>의 보수성은 여전했다. 심바는 왕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왕위에 오를 자격을 갖는다. 아프리카 초원의 만물들은 갓 태어난 아기 사자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아버지를 죽음에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떠돌던 청년 심바는 “네가 누구인지 기억하라”는 아버지 영혼의 목소리를 듣고 귀향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동물들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는 아들의 의지만이 중요하다. <라이온 킹>은 이 같은 가부장적 계승 체제를 ‘생태계 순환’(Cirlce of life)의 일부로 묘사한다. 암사자를 여성, 하이에나를 유색인종으로 읽어본다면 <라이온 킹>의 보수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라이온 킹>은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3D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은 대신 부드럽다. 매년 눈에 띄게 발달하는 영화 기술을 목격 중인 동시대 관객의 눈에는 다소 촌스러운 장면도 있지만, 이야기와 장면은 대단한 짜임새를 보인다. 특히 몇 차례의 뮤지컬 장면이 압권이다. 환상의 콤비인 엘턴 존(작곡)·팀 라이스(작사)가 만든 ‘Circle of life’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Hakuna Matata’는 오늘날까지도 사랑받는 명곡이며, 이 곡이 사용된 장면도 오랫동안 관객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 관객까지도 설득하는 완성도야말로 <라이온 킹>이 디즈니의 숱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제일 먼저 3D로 전환된 이유일 것이다. 12월 2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