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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통령 선거? 구글에 물어봐,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내게 과학책 읽기는 늘 힘에 부친다. 그래도 이 책은 최첨단 이론을 소개하면서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었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정하웅·김동섭·이해웅 지음/사이언스북스/400쪽/2만2000원


구어의 시대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인기 많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구어적 특성을 보인다. 글투가 일상의 대화를 닮았을 뿐 아니라, 발화가 즉각적이고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문어의 보루였던 책도 이제는 구어로 만들어지는 추세다. 고독한 저자가 자신의 집필실에 틀어박혀 하얀 종이 혹은 워드 프로세서와 대면해 한 줄씩 써내려가는 건 ‘고전적’ 풍경이다. 요즘의 많은 책들은 대중 강연을 녹취한 후 가공을 거쳐 출간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친근한 말투를 그대로 살린 ‘힐링’ 서적, 이제는 ‘멘토’라 불리기도 하는 인기 강사의 개성을 담은 자기계발 서적의 유행도 이에 포함된다. 해외에서는 TED 강연회의 인기가 구어 시대를 이끌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재단 TED가 주관하는 이 강연회는 “널리 퍼져야할 아이디어”라는 모토를 내걸고, 저명 인사들을 섭외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지식을 전파한다. 


신간 서적을 소개하는 지면에 구어의 강세를 이야기하면서 시작한 이유는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가 이 흐름을 따라 제작된 책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2011년부터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KAIST 명강’ 시리즈를 열고 있다. 2011년에는 ‘정보의 미래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카이스트 교수 3명이 총 10회에 걸쳐 대중 강연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뇌과학을 주제로 한 강의가 열렸고, 올해에도 진행을 계획중이다. <구글 신…>은 2011년 강연을 옮긴 책이다. 


이공계 전공자가 아닌 다음에에 중·고교 때 힘들게 습득한 과학 지식을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못한 채 수십 년을 살아간다. 융합이니 통섭이니 해서 과학 지식은 연구실의 경계를 넘어 다른 학문 영역은 물론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섞여들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는 스마트폰의 시대에 도스 명령어를 기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업데이트를 하고는 싶은데 해당 분야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빨라 엄두가 안난다면, <구글 신…>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최고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의 최신 흐름을 이해하기 쉬운 구어로 친절하게 전한다.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의 ‘복잡계 네트워크’ 강의가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하기 편하다. 비전공자를 순식간에 까막눈으로 만들어버리는 수식이 몇 차례 나오긴 하지만, 몰라도 글의 요지를 이해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정 교수는 자신이 물리학자임을 인증하기 위해 일부러 남들이 잘 모르는 수식을 집어넣곤 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세상은 복잡계다. 전문가들은 복잡계에 대해 이런저런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정 교수는 쉽게 말해 “뭔가 풀기 어려워 보이고 복잡한 것들”이 복잡계라고 한다. 요지경 같은 사회, 어지러운 랜 선 뒤로 얽히고 설킨 인터넷, 알면 알수록 모를 생명 현상이 모두 복잡계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다. 


네트워크 역시 별게 아니다. 간단히 말해 점과 점을 선으로 이으면 네트워크다. 예를 들어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이 점이라면 이것들을 케이블, 전자기파라는 선으로 이어 네트워크가 구성된다. 


네트워크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고속도로 형과 항공망 형이다. 각 도시는 점, 고속도로나 항공망은 선이 된다. 미국 각 도시들을 잇는 고속도로를 그려보면 선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됐음을 볼 수 있다. 아무리 크고 복잡한 도시라도 수 십 개의 고속도로가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항공망은 다르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같이 수 십 개의 항공망이 연결된 허브 공항을 가진 도시가 있다. 이 세상의 네트워크는 대체로 항공망 형이다. 


웹페이지를 떠올리면 쉽다. 인터넷에는 엄청나게 많은 웹페이지가 있다. 이렇게 쓰는 순간에도 웹페이지는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웹페이지에 연결된 선, 즉 링크의 수는 천차만별이다. 3년 전까지 쓰다가 내버려둔 개인 블로그처럼 찾는 이가 없는 공터도 있고, 네티즌의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네이버도 있다. 즉 월드와이드웹은 항공망 형 네트워크다. 


인간 사회도 그렇다. 섹스한 사람끼리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보면 허브 역할을 하는 사람, 즉 카사노바가 나타난다. 누구는 평생 1명 혹은 0명과 성관계를 맺는데, 누구는 수 백 명의 상대와 밤을 보낸다. 이런 빈익빈 부익부의 네트워크는 섹스 파트너가 없는 사람을 놀리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에이즈나 성병의 전파를 차단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세상의 네트워크가 항공망처럼 형성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우선 항공망 네트워크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한다. 서부의 A도시에서 동부의 B도시로 갈 때. 고속도로로 택한다면 숱한 중간 도시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면 허브 공항을 통해 2~3번만에 갈 수 있다. 또 항공망 네트워크는 더 견고하다. 고속도로 네트워크의 특정 도시가 마비되면 전체 네트워크가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항공망 네트워크는 허브 도시만 제외한다면 작은 도시가 마비돼도 큰 지장이 없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생명체 네트워크는 항공망처럼 구성됐기 때문에, 특정 부분에 말썽이 생겨도 몸 전체가 마비되진 않는다. 


복잡계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 성과는 유용하다. 2008년 ‘네이처’에는 구글로 전세계 독감 환자를 예측하는 논문이 실렸다. 사람들은 감기 기운이 있으면 구글에 이에 대해 검색하는데, 어느 지역에서 이 검색어가 많이 나오는지를 파악하면 주변을 차단해 독감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의 데이터와 보고된 독감 환자수를 비교하니 거의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독감 환자만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 교수는 선거 결과도 거의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구글 신은 모든 걸 알고 있다’다.



신의 거처. 구글의 지하 데이터 센터.


바이오및뇌공학과 김동섭 교수는 생명을 ‘정보 처리 기관’으로 본다. 생명을 이루는데 필요한 모든 유전 정보는 DNA에 간직돼 있으며 이 정보는 RNA, 단백질로 차례로 흐른다. 이 흐름은 거꾸로 가지 않는다. 즉 생명 현상은 정보의 흐름이다. 


유전 정보에 대한 연구는 인류의 이주 경로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준다.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군을 비교하면 둘은 50만년 전쯤 갈라져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인간에게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2% 정도 있다고 한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유라시아 사람에게는 많은데 아프리카 사람에게는 없다. 이것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이주했다가 그곳에서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 했음을 뜻한다. 


합성 생물학은 병충해에 잘 견디고 수확 많은 농작물을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유전 공학 방식을 뛰어넘는다. 합성 생물학은 아예 자동차, 휴대 전화를 만들듯이 생명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전자를 옮기는데 필요한 조각을 규격화하면, 블록을 쌓듯이 생명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일반 생물학, 생화학을 갓 배운 학부생들도 유전자 회사에 의뢰해 새 생명체를 만드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전자가 전부는 아니다. 물론 특정 질병을 갖거나 지능이 높거나 키가 작게 태어난 사람이 있다. 그러나 환경의 영향은 본성만큼 크다는 것이 최신 연구 결과 드러나고 있다. 우리 몸의 DNA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을 감고 도는데, 히스톤은 환경에 의해 변형된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획득 형질이 유전된다는 사실이다. 뚱뚱하게 사육된 쥐가 낳은 자손의 DNA 돌연변이 정도를 살펴봤더니, 비만에 대한 취약성에 영향을 주는 아구티 유전자가 많이 발현됐다. 18세기에 제안됐다가 곧 틀린 것으로 판명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이제 와서 빛을 보고 있다. 


물리학과의 이해웅 명예교수는 양자정보학의 전문가다. 우리는 대부분 뉴턴의 고전 물리학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를 살아왔고, 이것이 ‘상식’에 맞는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 심지어 물리학자들조차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혼란스럽지만 실험 결과가 양자역학의 결론을 지지하기 때문에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에를 들어 “얽힘 관계에 있는 입자에서 그중의 한 입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면 얼마나 멀리 있든지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다른 입자들에도 영향을 준다”는 말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아인슈타인조차 이것을 ‘유령의 원격 작용’이라 부르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학자들 사이에서도 “양자 역학은 이해하는 게 아니다. 단지 익숙해질 뿐이다”라는 말이 돈다. 이 난해한 양자역학도 쓸모가 있다. 풀어낼 수 없는 암호를 만들 수 있고, 기존 컴퓨터가 1000년동안 할 계산을 3분만에 해낼 양자 컴퓨터도 개발중이다. 


각 교수들은 3번씩 강의를 한 후, 마지막에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 교수의 사회로 정담(鼎談)을 나눴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모이지 않은 최신 이론을 한참 설명한 학자들이지만, 의외로 이 이론들이 과학 문외한의 상식 안에 있기도 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생명은 “포효하는 사자”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시키는 대로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에 가깝다고 표현한 김동섭 교수는 최초 생명의 탄생은 ‘우연’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종교인들은 이 우연을 ‘신의 의지’라 부를 것이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지난 대선에 출마하며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을 인용했다. 최고 전문가조차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이던 기술들이 불과 몇 해 뒤 상용화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과학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소식에 무심할 여유는 없다. 그것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는 미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