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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퀵>과 <고지전> 사이-고창석

삼청동 어느 카페에서 만난 고창석/김정근 기자



 
여름 성수기를 노린 대작 <퀵>과 <고지전>이 동시에 개봉한 20일, 얄궃은 운명을 탓한 한 남자가 있었다.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배우 고창석(40)이다.

고창석은 의도치 않았다고 하지만, 올해 그의 출연작 목록을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지난해 말 개봉해 올초까지 상영한 <헬로우 고스트>에서 시작해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혈투>를 거쳐 <퀵>과 <고지전>을 지나 촬영을 마친 <미스터 아이돌>과 촬영중인 <미스고 프로젝트>와 <시체가 돌아왔다>까지, 잘 나가도 이렇게 잘 나갈까 싶다. 한국영화 감독들이 앞다퉈 찾는 배우가 된 이유에 대해 고창석은 ‘시기’와 ‘운’을 이야기했다.

“관객이 제 얼굴을 알아보면서 아직 식상해 하지는 않는 시기 아닐까요. 얼굴이 친근하게 생겼다는 플러스 요인도 있겠고요.”

허나 아무리 때가 좋아도 능력, 특색 없는 배우가 인기 있을 리가 없다.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의 영화감독 역으로 관객에게 각인된 이후, 고창석은 출연작마다 뚜렷한 자취를 남기는 ‘명품 조연’이 됐다.

애초 고창석은 <고지전> 촬영 일정 때문에 <퀵>의 출연을 거절했다. 그러나 <퀵>의 제작자 윤제균 감독이 <고지전>의 장훈 감독에게 연락해 “모든 일정을 맞춰줄테니 고창석을 빌려만 달라”고 부탁했다. 일면식도 없는 자신을 특별히 찾아준 윤 감독이나,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고지전> 등 자신이 연출한 세 작품을 모두 함께한 장훈 감독이나 고창석에겐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다.

고창석이 북한 출신 국군으로 등장한 <고지전>



 
두 영화의 촬영장은 극과 극이었다. 전쟁영화 <고지전>은 지난해 9월 크랭크인해 혹독한 겨울을 거치며 6개월간 현장에서 촬영했다. 배우들은 모두 신병 교육을 방불케하는 군사훈련을 받았고 실탄 사격도 했다. 대사는 생소한 평안도 사투리였다. 반면 컴퓨터 그래픽이 많은 <퀵>은 대부분 세트장 안의 블루 스크린(특수효과를 덧입히기 위한 장치) 앞에서 연기했다. 대사는 고향인 부산 사투리로 할 수 있었다.

부산 연극계에서 활동하던 그가 서울 영화계에 진입한 계기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였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이영애에게 총을 만들어주는 남자 역을 따냈다. 그러나 영화를 처음 찍는 많은 연극배우가 그렇듯, 사투리가 아니라 대사톤이 문제였다. 작게 낸다고 낸 목소리였는데 촬영장이 쩌렁쩌렁 울렸다. 답답해하던 박 감독이 보다 못해 고창석을 모니터 앞으로 불러 “당신 연기 좀 보라”고 말했다. 영화와 연극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수재’ 소리를 듣던 형과 누나를 둔 막내 고창석이었다. 부모님의 속을 크게 썩인 적은 없지만, 집안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걸었다. 89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간 뒤 “아무 생각 없이” 탈춤 동아리에 가입해 마당극과 사물놀이를 했다. 연기가 재밌다기보다는 시대 상황과 맞물린 그 치열함에 끌려 들어갔고 93년엔 부총학생회장까지 했다. 이후 졸업장에 의미를 못느껴 학교를 떠난 뒤 민중가요 노래극단 ‘희망새’에 들어갔다. 고창석은 그곳에서 현재의 아내 이정은을 만나 연애를 시작했고, 둘은 98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늦깎이로 동반 입학했다.

이정은 역시 연극, 영화에서 두루 활약하는 배우다. 서로의 연기에 대해 평가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예전에 아내가 출연한 연극을 보고 ‘솔직하게’ 평가했다가 대판 싸운 뒤 다시는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웃음기 많고 사람 좋은 인상의 아저씨 역할을 많이 맡는 고창석. 그러나 20대에는 “못되게 생겼다”는 얘기를 듣는 인상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인상을 바꾸기 위해 “많이 웃겠다”고 생각했고, 40대에 들어서자 급기야 “귀엽다”는 소리까지 듣는다고 했다. 

<퀵>과 <고지전>이 같은날 개봉한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 당황했다는 고창석이지만, 영화의 만듦새를 보고는 안심했다고 한다. 그는 “<퀵>은 어린 시절 본 성룡 영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며 “<고지전>은 15살난 여조카가 재미있게 볼 정도로 무게와 재미를 다 갖춘 전쟁영화”라고 자부했다. 두 영화의 승부가 어떻게 나든, 고창석은 이긴다.

<퀵>의 고창석과 김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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