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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영화들. 틴틴, 미션 임파서블, 마이 웨이


<퍼펙트 게임>과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은 아직 기사를 쓰지 않았고 언제 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말할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생각을 정리한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그리고 <마이 웨이>에 대해서만 여기 옮겨 놓는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의 오프닝은 기가 막힌다. 근래에 본 오프닝 중 최고다. 한국영화도 오프닝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스티븐 스필버그(64)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50)이 만나면 어떤 영화를 만들까. 영화팬들에게는 ‘꿈의 조합’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내놓은 영화가 8일 개봉하는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이다.

<틴틴>은 총 3부작으로 기획됐다. <유니콘호의 비밀>은 스필버그 연출, 잭슨 제작이다. 2편에선 둘이 역할을 바꾸고, 3편에선 공동 연출을 맡는다. 원작은 1930년 처음 출간돼 50여년간 24편의 시리즈가 이어진 벨기에 출신 작가 에르제의 만화 <틴틴의 모험>이다. 한국에서는 <땡땡의 모험>이란 제목으로 1980년대 만화잡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청소년 기자 틴틴(제이미 벨)은 시장에서 유니콘이 박힌 모형배를 구입한다. 그러나 훨씬 많은 값을 치르더라도 그 배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급기야 틴틴이 집을 비운 사이, 누군가가 배를 훔쳐간다. 틴틴은 단짝 강아지 스노위의 도움으로 배에 숨겨져 있다가 떨어진 비밀 지도를 발견한다. 틴틴은 우연히 만난 주정뱅이 뱃사람 하독 선장(앤디 서키스)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악당 사카린(대니얼 크레이그)이 그들의 길을 방해한다.

이런 느낌의 '그림'을 원작자가 봤으면 기절했을 듯. 난 3D를 처음 봤을때보다 <틴틴>이 처음 등장했을 때 더 놀랐다.  

영화 속 특수효과를 실험하고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데 있어 최전위에 선 둘의 합작품답게, <틴틴>은 기술적으로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특수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연기하고 이를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재창조하는 ‘모션 캡처’ 방식으로 촬영됐다. 이 특수촬영을 진행한 웨타 디지털은 <틴틴>에 적용된 기술에 ‘이모션 3D’라는 이름을 붙였다. 배우의 동작뿐 아니라 눈, 입술 등의 얼굴 근육까지 잡아낸 새 기술이 배우의 감정까지 보여준다는 의미에서다. <틴틴>을 본 뒤 모션 캡처 기술을 선구적으로 사용했던 <폴라 익스프레스>(2004), <베오울프>(2007)를 다시 본다면, 앞선 두 작품은 기술적인 ‘미완성작’으로 여겨질 듯하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첫 편인 <레이더스>가 나온 것은 1981년이었다. 당시 한 프랑스 평론가는 <틴틴>과 <레이더스>의 유사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고, 스필버그 역시 이 평가에 흥미를 나타내 이후 <틴틴의 모험> 판권을 구입했다. 실제 <틴틴>은 ‘청소년 인디아나 존스’라 불릴 만하다. 인디아나 존스풍의 화려한 액션 장면들이 이어진다.

다만 인디아나 존스는 재치 있는 액션 외에도 능글맞은 유머 감각, 밉지 않은 바람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목표지향적으로 행동하는 틴틴에게는 이 같은 매력이 부족하다. 대신 술에 취해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하독 선장, 범인 잡는 데는 거의 아무런 재능이 없는 경관 콤비 ‘톰슨과 탐슨’이 영화에 윤활유 같은 유머를 더한다.

<죠스> <이티(E.T.)>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등에서 음악을 맡은 스필버그의 오랜 음악 동지 존 윌리엄스가 이번에도 음악을 담당했다. 전체관람가

이건 대역, CG도 아님. 남편이 이런거 직접 한다고 나서면 아내는 말리는게 상식. 저기 매달려 연기할때 수리 얼굴이 아른거렸을까.  


15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하 MI4·사진)은 올겨울 흥행 전선의 핵이다. 지금까지 나온 4편의 시리즈 중 상업적·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가장 빼어나다.

러시아의 한 감옥에 갇혀 있던 IMF(Impossible Mission Force) 소속 특수요원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탈옥한다. 그에게 전 세계를 파멸로 몰아가려는 악당 코발트를 저지하라는 새 임무가 맡겨진다. 헌트의 팀은 코발트에 대한 정보를 캐기 위해 러시아 크렘린 궁으로 잠입하지만 임무에 실패한다. 때마침 크렘린 궁이 누군가에 의해 폭파되자 헌트 팀은 사건의 주범으로 몰린다.

외교 분쟁을 우려한 미 정부는 IMF를 폐쇄하는 ‘고스트 프로토콜’을 발동한다. 헌트 팀은 코발트를 추적하는 동시에 누명을 벗기 위해 움직인다.

동명의 텔레비전 시리즈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은 1996년, 2000년, 2006년 각각 1, 2, 3편이 나왔다. 각 편의 연출을 맡은 브라이언 드팔마, 우위썬(吳宇森), J J 에이브럼스는 각기 다른 스타일로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 한국에서 1편 전국 150만, 2편 280만(이상 추정치), 3편 570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그러나 시리즈가 이어져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톰 크루즈가 줄곧 이반 헌트 역을 맡는다는 점과, 그를 중심으로 한 IMF팀이 영화 제목 그대로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해 결국 완수한다는 점이다. 헌트는 전 세계를 누비며 임무를 수행하는데, 이번에는 부다페스트, 모스크바, 두바이, 뭄바이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헌트는 각 지역의 랜드마크를 골라 액션의 무대로 삼는다. 에서는 지상 828m 높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에서 벌어지는 헌트의 곡예 액션이 그 절정이다. 크루즈는 초고층 빌딩 외벽에서의 액션을 대역, 컴퓨터그래픽 없이 직접 소화했다.

제레미 레너는 이 영화에서 장관의 양복입은 보좌관이랍시고 처음 등장한다. 그건 장동건이 "동사무소 직원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등장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허트 로커>의 폭발물 제거반에게 페이퍼 워크를 맡기려고 캐스팅하진 않았을 것 아닌가.  

「MI4」는 <다크 나이트>(2008),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에 이어 극영화 중에서는 세 번째로 아이맥스(IMAX) 카메라로 촬영됐다. 부다페스트, 모스크바, 두바이 등 특색 있는 도시들의 원경을 훑을 때 아이맥스 촬영의 장점이 드러난다. 3D 안경을 쓰는 불편함 없이도 압도적인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액션영화의 악당이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시대 변화를 읽을 수 있다. ‘007 시리즈’나 ‘제이슨 본 시리즈’ 등 최근의 액션영화에서는 아프리카 군벌, 수자원 독점 기업, 심지어 미국의 정보기관이 악당으로 등장했다.

그런 의미에서 「MI4」는 1970년대 첩보물에서 보던 고색창연한 악당을 등장시킨다. 핵전쟁으로 인류를 파멸시킨 뒤 살아남은 사람들로 진화의 다음 단계를 예비하는 미치광이 확신범이다. 이 악당은 오직 장르 영화 속에서만 존재할 뿐, 현실과는 아무런 접점을 가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 수작 애니메이션의 감독이었으며, 「MI4」로 실사 영화 감독에 데뷔한 브래드 버드는 「MI4」에 대해 “큰 콜라, 팝콘과 함께 즐기는 영화다. 관객을 즐겁게 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가 <마이 웨이> 등 한국영화의 12월 기대작과 어떻게 극장가의 파이를 나눠 가질지도 관심사다. 공교롭게도 「MI4」와 <마이 웨이> 모두 CJ E&M이 배급을 맡아 한 주 간격으로 선보인다. CJ E&M 영화부문 이창현 홍보팀장은 “연말 성수기의 파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두 편의 ‘흥행 쌍끌이’ 체제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둘 사이에 우정 이상의 무언가가 흘렀다면?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1938년 경성. 김준식(장동건)과 하세가와 다쓰오(오다기리 조)는 어린 시절부터 라이벌로 자란 마라톤 선수다. 김준식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경기에서 하세가와를 이기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실격된 뒤 강제징병까지 당한다. 1년 후, 소련과 몽골 접경 지역에서 일본군 사병으로 복무 중이던 김준식은 ‘전쟁기계’가 돼 새로 부임한 장교 하세가와를 만난다. 전황은 일본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두 남자는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으로 군복을 갈아입으며 2차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13일 <마이 웨이> 언론시사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강제규 감독)는 말에 이어, “아시아 최고의 조합”(판빙빙), “세계적인 영화”(김인권)라는 수사가 나왔다. 순제작비 280억원, 마케팅비를 포함하면 총제작비 3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는 <마이 웨이>는 현재 한국영화계가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물량을 쏟아부은 영화다. 한국 극장에서의 손익만 따진다면 1000만 관객을 동원해야 이익을 남기는 수준이다. 한 회사의 규모로서는 리스크를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SK 플래닛과 CJ E&M이 공동으로 투자·배급했다.

영화의 절정부인 노르망디 상륙작전 장면은 그 야심의 결집체다. 할리우드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비롯해 서구의 숱한 영화, 드라마에서 재현된 이 전투를 한국영화가 담아낸다는 것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정면으로 대결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영화에는 일본·소련, 소련·독일, 독일·연합군의 세 차례 전투가 등장한다. 각 전투가 어색한 특수효과 없이, 각기 다른 시각으로 촬영돼 보는 재미가 있다. 전투 장면으로만 따지면 이른바 ‘웰메이드’다. 그러나 한국인이 그려낸 2차대전의 풍경이 서구의 영화들보다 낫거나 최소한 독창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짓눌린 듯한 노르망디 전투 장면보다, 오히려 칼과 말과 탱크와 자살공격대가 뒤엉킨 일본·소련의 노몬한 전투가 독창적이다.

김준식은 시종 한결같은 ‘휴머니즘’의 결정체다. 그의 휴머니즘은 생명을 존중하고, 적이든 아군이든 약자에게 동정심을 느끼며, 궁극적으로 전쟁의 부당함을 강조한다. 억울하게 징병을 당해도, 눈앞에 죽음이 닥쳐도 김준식은 변하지 않는다. 김준식의 한결같음은 “황군은 혼백이 되어서도 진격한다”고 외치던 하세가와마저 감화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김준식은 관객의 ‘재미’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감독의 ‘신념’을 전하기 위해 등장한 주인공이다. 이 신념은 답답할 만치 정직한 영화의 제목에서도 드러나 있다.

강제규 감독은 최대한의 물량, 최고의 캐스팅을 통해 유장한 서사극을 만든 뒤,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보편적 주제를 전달하는 자신의 장기를 다시 한번 발휘했다. 전국 1174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3위에 오른 <태극기 휘날리며>는 그 성공 사례다. <마이 웨이>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3배의 물량으로 확장한 영화다. 그러나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7년이 흘렀고, 관객의 취향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자주 변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물론 오다기리 조를 업으면 저런 표정을 지어야할만큼 무거울 거다. 그러나 남은 평생 허리가 휘더라도, 그를 업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주변에만 몇 명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