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영화 엔딩에서 여자의 행동이 이해가 안돼 나오자마자 수입사 분(여성)께 물어봤다. 그는 알듯 모를듯 미소를 지었다. 같은 부서 여성 부원에게도 물어봤는데, 쯧쯧쯧..하는 반응이었다. 여전히 이해가 100% 되지는 않는다. 




세월은 힘이 세다. 태산을 삼킬 듯한 사랑, 분노도 차곡차곡 쌓이는 세월 앞에 흔적도 없어진다.

<45년 후>는 ‘과연 그럴까?’라고 묻는 영화다. 45년 세월의 무게가 젊은 시절의 순간적 감흥에 날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다. 45년을 해로한 노부부가 있다. 이들은 한적한 영국의 전원 마을에서 아무 걱정 없는 노년을 즐긴다. 토요일에는 5년 전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아 미뤘던 결혼 기념 파티를 성대하게 열 생각이다. 부부의 신혼 시절까지 기억하는 오랜 지인들이 모두 모여 노부부의 사랑을 축하할 예정이다.

월요일 아침, 아내 케이트(샬롯 램플링)는 아침 산책에서 돌아온다. 남편 제프(톰 커트니)는 식탁에 앉아 막 도착한 독일어 편지를 힘겹게 읽고 있다. “나의 카티야를 찾았대.” 남편은 분명 ‘나의 카티야’라고 했다. 

사연은 이렇다. 제프는 50여년 전, 카티야와 함께 스위스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는 알프스 트레킹을 나섰다. 6~7주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보수적인 시대였기에, 둘은 부부 행세를 해 세간의 시선을 무마했다. 제프와 카티야는 연인인 듯 아닌 듯, 애매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사고가 났다. 카티야가 빙하의 갈라진 틈으로 추락한 것이다. 제프는 카티야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고, 이후 케이트를 만나 결혼하고 늙어갔다. 그리고 50여년 전의 카티야가 그때 그 모습으로 얼어붙은 채 발견됐다.

해프닝일 줄 알았다. 젊은 시절의 신기루 같은 추억일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 제프는 눈에 띄게 흔들린다. 끊었던 담배를 피운다. 주름진 육체로 케이트와 사랑을 나눈 뒤, 새벽녘에 홀로 일어나 다락방을 뒤진다. 카티야의 옛 사진을 찾기 위해서다. 급기야 스위스에 갈 방법까지 알아본다. 케이트는 조금씩 불안해진다. 결혼 45주년 파티의 전야, 케이트는 제프에게 말한다. “저녁을 먹고, 자고, 다음날 일어나 새로 시작하자.”


45년후


노부부는 45년간 같은 시간대를 살아왔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둘 사이엔 슬프고 기쁜 일이 많았을 것이고, 부부는 현명한 태도로 그 사건들을 겪어왔다. 그렇게 평화롭게 살다가 떠나는 날을 기다리던 노부부였는데, 어느 날 남자 혼자 시간대를 이탈해 50여년 전의 어느 날로 날아가 버린다. 그건 단순히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 아니다. 남자는 두려울 것 하나 없이, 순간을 즐겼던 50년 전의 청춘을 그리워한다. 제프가 카티야와 함께 있었던 그때, 베를린엔 장벽이 세워졌고 미국은 피그만을 침공했다. 하지만 제프와 카티야는 세상일엔 아무런 관심 없이 눈 덮인 알프스의 산길을 걸었다. 씩씩하게 두 다리로 걷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제프가 그리워하는 건 그 순간이다. 

평온한, 그래서 지루한 현재에 홀로 남겨진 아내 케이트가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케이트는 제프가 어딘가로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정말 스위스로 가려는 것이냐는 케이트의 물음에 제프는 답한다. “시내 가는데도 한 번 쉬어가는 마당에, 스위스는 무슨….” 그래도 케이트는 제프가 괘씸하다. 45년의 세월 동안 케이트는 허깨비 노릇을 한 것일까.

제프는 낭만적이지만, 그보다는 더 현실적인 남자다. 첫사랑, 청춘의 추억을 좇아 떠날 수 없는 나이임을 잘 안다. 그는 아내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준다. 그것으로 봉합된 것인가. ‘사건’의 전후, 사람은 같을 수 없다. 케이트와 제프의 일상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같을지언정, 그 마음의 화학식은 바뀌었다. 둘은 정말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두 배우는 지난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남녀 주연상을 함께 받았다. 영국 출신의 앤드류 헤이 감독이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