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평론가'라 불리는 채다인의 <편의점 요리 120>이 옆에 있다. 

저자 약력을 보니 놀랍게도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물론 영문과 전공했다고 영어 잘하는건 아니지만)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요리를 모았다. 아마 어떤 사람에게 이 음식은 '요리'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식이다. 먼저 '지구촌 일품요리' 챕터. '돈부리'라고 해놓고는 '냉동 돈가스' 사진이 있다. 돈가스를 튀긴 뒤 양파를 채썰어 넣고, 물, 간장, 맛술, 설탕 등의 소스 재료와 함께 2분간 끓인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끓인 소스에 돈가스를 넣고 달걀를 푼다. 달걀이 반숙이 되면 파를 채썰어 넣는다. 끝.

이 정도는 '요리'라고 봐줄 수도 있다. '세계의 면 요리'로 넘어가면 상황이 악화된다. '냉라면' 편에는 팔도 비빔면 사진이 있다. 오이, 양파를 준비해 냉면 육수와 함께 먹는다. 끝. 미트볼 스파게티는 스파게티면과 3분 미트볼로 만든다. 까르보나라는 스파게티면과 크림 수프 분말로 만든다.

이런 '요리'는 취향이고, 이왕 편의점에서 사먹을 것이라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서 맛있게 먹으면 된다 싶다. '가난한 주머니를 위한 요리'로 넘어가면 좀 슬프다. '계란간장밥'을 보자. 반숙으로 달걀프라이를 해 밥 위에 얹는다. 취향껏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빈다. 짜면 밥을, 싱거우면 간장을 센스있게 더 넣도록 한다. 끝. 밥은 밥이지만, 이게 밥인가. 나 역시 혼자 오래 살아서 끼니가 곤란한 적이 많았고, 입맛이 까다로운 편도 아니지만, 도저히 저렇게는 못 먹을 것 같다. 그냥 신라면을 끓여먹고 말지.

어찌 보면 센스 있는 책이고, 도심 곳곳에 편의점이 눈에 불을 켜고 있고, 현대의 독거 젊은이들은 편의점을 통해 의식주(衣食酒)를 공급받고, 그리고 '엄마가 해주는 밥'이라든지 '집밥'에 대한 지나친 집착도 눈꼴스럽긴 하지만, '편의점 요리'를 '요리'라 불러야 하는 상황이 서글픈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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