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의 첼시-리버풀 경기의 심리적, 신체적 후유증으로 시즌 끝까지 축구를 끊는 걸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어제의 (안티)히어로는 리버풀의 수아레즈. 전반에 별 활약이 없던 그는 동점 상황에서 어이 없는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헌납하더니, 첼시 진영에서 몸싸움을 벌이던 수비수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어뜯고(!!!), 후반전 추가 시간의 추가 시간이 흐르던 마지막 순간 기가 막힌 버저 비터 헤딩골을 넣어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안필드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가운데 중계가 마무리 됐다. 2:2 동점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너무나 극적이고 또 어이가 없기도 해서 대체 경기가 언제 끝났는지, 시작은 한 것인지, 아니 이 경기가 열리기나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멍한 상태로 늦은 잠자리에 들었다. 



리버풀의 수아레즈가 첼시의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어뜯는 장면! 전반적으로 돌출돼 "루이스 수아레즈, 너의 이빨이 오프사이드야"라고 상대 서포터들이 조롱하는 노래까지 만들어진 그 입이 다시 한번 사고를 쳤다. 


흔히 정치를 '결과의 게임'이라고 한다. 빛나는 이상과 순백의 선의를 가진 이라 하더라도, 현실 정치에서 결과를 못내면 실패한 정치인이다. 당선 무효형을 받을 정도가 아닌 다음에야, 선거에서도 어떤 방법으로도 승리라는 결과를 내야 한다. 정치인들은 이기기 위해 법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걷고, 상대를 비방하고, 때론 그 상대와 손을 잡는다. 그래서 결과를 내려 한다. 


수아레즈는 아약스 시절에도 상대 선수를 물어 7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영국축구협회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조사에 착수하고 나름의 징계를 내릴 것 같다. 그러나 해당 경기의 심판은 수아레즈가 이빨을 사용해 반칙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이바노비치가 이빨 자국이 난 자기의 팔뚝을 내보이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판이 그 장면을 봤다면 분명 옐로우 카드, 혹은 레드 카드를 줬을 것이다. 옐로우 카드였더라도 수아레즈는 퇴장이다. 이미 그 전에 핸들링 반칙으로 옐로우 카드를 한 번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버풀은 수적 열세를 안은 채 후반의 나머지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고, 첼시의 영리한 경기 운영 추세로 봤을 때 만회골을 넣기 힘들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수아레즈는 종료 직진 동점골을 넣지 못했을 것이다. 리버풀에서 그 순간 그런 골을 넣을 선수는 수아레즈밖에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가정이 부질 없다. 위에서 정치를 결과의 게임이라고 했지만, 스포츠야말로 그보다 더욱 냉정한 결과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스포츠의 역사에는 결과만이 남는다. 패자는 승자에게 "비열하다", "비겁하다" 어쩌구 비난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진 건 진 거다. 어제의 경기는 스포츠의 냉정한 속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난 때로 이런 패배, 결과의 냉정함을 견딜 수 없다. 그렇다고 매번 이기는 최고의 구단을 응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정말 축구 끊는 걸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