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출판사 창비는 한국 사회에서 정반대의 방향으로 걸어왔다. 그래서 둘의 행동양식이 비슷하다고 말하는 건 서로에게 모욕일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둘은 비슷하니까. 


둘은 모두 사과해야 할 때 훈계한다. 사과의 정도에 따라 죄를 더 캐물을지 말지 고민하던 사람들은 되려 들려오는 훈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에 대해 한 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메르스가 한참 퍼져 통제가 어려워진 뒤에야 뒤늦게 수습에 나선다고 부산했다. 동대문 시장 상인, 초등학생, 의사를 만나 연출된 것이 티나는 사진을 찍었다. '메르스 어떻게 하냐'는 질문엔 "손 깨끗이 씻으라"고 답했다. 삼성서울병원장을 불러 사과를 받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잘한 것은 없지만, 민간 병원장이 대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풍경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지금 대통령은 "짐은 곧 국가다"라고 생각한 나머지, 자신이 국민을 대표해 메르스에 대처하지 못한 병원의 대표에게 사과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대통령이 끝내 하지 않은 사과는 취임한 지 이틀된 국무총리가 대신 했다. 국무총리가 사과했다면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일텐데,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건 그렇게 힘든 걸까. 대통령은 '무오류'의 존재이기에, 계도하고 계몽할지언정 사과를 할만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신경숙 작가의 표절 시비를 둘러싸고 창비가 '문학편집부' 이름으로 낸 입장은 가관이었다. 표절을 표절이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면, 작가의 입장을 건조하게 전하거나, 침묵하거나, 더 논의한 뒤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시간을 벌었으면 영악했을 것이다. 그런데 창비는 박근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사과해야할 때 훈계했다. 창비 문학편집부는 신경숙과 그가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미시마 유키오의 문학 세계를 비교하는 '오버'를 떨었다. 아마 '내가 말하면 옳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창비는 두 작품의 내용과 문제가 된 문장들의 맥락을 언급한 뒤,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같은 난해한 용어로 독자를 혼란시켰고, 결국 "어디 일본의 극우작가를 우리 신경숙 선생과 비교하려 드느냐"고 훈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훈계를 순순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사태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커졌다. 창비는 다음날 '내부 조율' 없이 나간 입장에 유감을 표하고,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일견 타당하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냈다. 아마 여론의 역풍에 깜짝 놀라 서둘러 수습하려 한 것 같다. 그래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신경숙이 미시마 유키오보다 낫다'고 단언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입장문이 내부 조율 없이 나왔다는 걸까. 지금까지도 한국 지성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 대형 출판사는 일개 부서장이 대표나 발행인의 승락도 없이 공식 입장을 발표해도 되는 '자율적'인 조직이라는 걸까. 내가 '문학편집부' 소속의 사람이었다면, 이 조직의 생리에 큰 슬픔을 느꼈을 것 같다. 


이념적 성향이 문제가 아니다. 태도가 문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박근혜와 창비의 경우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