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흥행 실패와 함께 '강동원'이 장르가 됐다는 주장은 사라지게 됐다. 난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지만, 관객이 강동원의 존재에도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는 지점이 조금은 짐작된다. 그거 나중에. 


엄마를 사고로 잃은 수린(신은수)은 새아빠(김희원)를 따라 화노도로 이사온다. 외로운 수린은 유체이탈, 귀신소환 같은 자신만의 놀이에 빠져 있다. 고아 소년 성민(이효제)은 수린에게 조금씩 다가서고, 외로웠던 소녀와 소년은 곧 친구가 된다. 

어느 날 성민과 또래 친구들은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겠다고 나서고, 이를 발견한 수린도 소년들을 따라간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발견한 의문의 동굴 속에서 신비하게 빛나는 돌을 줍는다. 수린이 동굴에 떨어뜨린 머리핀을 주우러 갔다 돌아온 사이, 소년들은 모두 사라진다. 경찰은 유괴 등의 가능성을 두고 수사에 나선다. 

며칠 뒤, 홀로 돌아온 수린 앞에 자신이 성민이라고 주장하는 성인 남자(강동원)가 나타난다. 남자는 수린에게 자신이 ‘가려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되었다고 말한다.

<가려진 시간>은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를 태연하게 풀어내는 영화다. 아이들이 ‘요괴알’을 깨트렸다가 시간의 간극 사이에 갇혔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믿을 것인가. 영화 속에서도 대부분의 어른들이 믿지 않는다. 

혹시 이 모든 이야기는 소아성애 성향이 있는 유괴범이 꾸며낸 거짓말이고, 세상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한 외로운 소녀는 그 거짓말을 쉽게 받아들인 것 아닐까. 




영화는 청소년정신과 의사가 수린을 상담하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가려진 시간’ 이야기에서 살짝 거리를 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진실 여부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되는 감정이다. 수린은 어머니를 잃었고, 새아빠와는 친해지지도 못했고,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도 은근한 따돌림을 받는다. 그렇게 홀로 남은 수린이 ‘여기 아닌 어딘가’를 꿈꾸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성민은 수린에게 먼저 다가온 단 한 명의 타인이었다. 얼핏 티없이 자란 듯 보이지만, 성민 역시 다섯 살에 친부로부터 버림받은 고아였다. 넓은 세상에서 고립된 소녀와 소년은 둘만의 암호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간다.

진실은 다수결이 아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않아도, 두 아이는 ‘가려진 시간’의 진실을 믿는다. 소수의 진실이라도 진실일 수 있음을, 그 진실을 공유할 수 있는 이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충분하다고 <가려진 시간>은 말한다. 

<가려진 시간>으로 상업영화계에 데뷔한 엄태화 감독은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세련된 감각으로 풀어냈다. 신인답게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를, 신인이 아닌 듯 능숙하게 소화했다. 

강동원은 영화가 3분의 1쯤 지난 시점에서 후드티로 산발을 감춘 채 등장한다. <검사외전>의 코믹함을 버린 채, 겁먹고 순수한 소년 연기를 한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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