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백>은 형식이 대담하고 소재가 충격적이다. 상업적인 재미와 생각해볼 만한 주제도 있다. 드라마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의 확장판 영화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는 현상에 근심하던 일본 영화계는 <고백>의 출현을 쌍수 들어 환영했다.


봄방학을 앞둔 한 중학교의 종업식날. 천방지축 떠들고 있는 학생들을 앞에 두고 담임교사 유코가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자신의 어린 딸이 학교에 왔다가 수영장에 빠져 죽었고, 이는 경찰에 의해 사고사로 처리됐으나 사실은 타살이었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범인은 이 학급에 있다고 말한다. 유코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해도 범인은 14세 미만이라 형사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하겠다고 선언한다.

<고백>은 동명의 추리소설이 원작이다. 놀랍게도 영화는 초반부 30여분 동안 이어지는 유코의 고백을 통해 사건의 진상과 진범을 모두 밝힌다.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라는 식의 반전은 없다. 단지 이어지는 두 범인, 범인 어머니, 범인 친구의 고백을 통해 살인사건에 다각적으로 접근할 뿐이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도 한 가지 사건에 대한 여러 사람의 진술이라는 형식을 취했다. 다른 점은 <라쇼몽> 속 살인사건의 진실이 끝내 모호했지만, <고백>은 명확하다는 것이다. <고백>이 하나의 조각상을 여러 명의 시선으로 보는 형식이라면, <라쇼몽>은 조각상을 아예 커튼 뒤에 감춰둔 셈이다.

처음부터 유코의 독백에 노출된 관객은 아이 잃은 어머니의 복수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영화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간다. 그런데 일직선 도로 같던 길은 곧 여러 갈래의 샛길이 된다. 살인자와 또 다른 살인자, 그들의 주변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길로 관객을 끌어들이려 한다. 사람을 죽이는 건 나쁜 일이지만, 범인을 단죄하고자 했던 확고한 생각은 슬며시 무뎌진다. 모든 무덤엔 사연이 있고, 감옥에 갇힌 사람은 모두 억울하다. 복잡해 보이는 사건을 단순하게 정리해 단죄하는 것이 법이라면, 단순하게 보이는 사건을 복잡하게 풀어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이 영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밴드인 라디오헤드의 노래 ‘Last Flowers’가 주제곡으로 삽입됐다. 종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운 편집과 음악이 관객의 신경줄을 자주 건드린다. 유코 역의 마츠 다카코는 <4월 이야기>와 <도쿄 타워>로 한국팬들에게 잘 알려졌다. 감독은 <불량공주 모모코>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나카시마 데쓰야. 3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