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필의 <가만한 당신>을 읽다. 저자는 한국일보 기자고, 덜 알려진, 그러나 중요한 인물들의 부고로 이루어진 이 책은 한국일보에 연재됐다. 연재 당시에는 챙겨보지 못하다가, 책으로 묶인 뒤 접했다. 


소수자의 가치를 옹호한 사람들, 좌충우돌하는 모험의 일생을 보낸 사람들, 주류가 강제한 폭력적 제도에 저항한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2012년 4월 대통령자유메달 수상자인 인권법률가 존 마이클 도어였다. 그는 같은 해 수상한 매들린 울브라이트, 밥 딜런, 토니 모리슨, 존 글렌에 비해 '무명'에 가까운 법률가였지만, 앞선 누구보다 용기있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도어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 평등, 정의 같은 가치를 지켜낸 공무원이었다. 이를 위해 때론 목숨을 걸었다. 전통적인 남부 공화당 출신인 그는 1960년대 흑인 인권 투쟁의 거의 모든 현장에서 분노한 시위대, 폭력적인 경찰 사이에 있었다. 법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으로서의 역할과 헌법의 가치를 믿는 법률가로서의 역할을 모두 해냈다.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끝내 스스로를 드러내길 꺼려했고, 격동의 시대가 끝난 뒤인 1980년대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아들이 운영하는 로펌에서 인권 사건을 맡아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인물을 울브라이트 옆에 세워 영예를 안기는 것이 미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남들 보기엔 정신 나간 모험을 즐기는 이들의 삶도 눈길을 끈다. 모험가 딘 포터는 안전 장비 없이 절벽을 기어오르고, 그렇게 오른 뒤 윙슈트플라잉으로 뛰어내린다. 그는 결국 요세미티 협곡의 고도 914미터 '태프트 포인트'에 올라 낙하하다가 사망했다. 오늘날의 그 유명한 노스페이스 창업자였으나, 사업이 궤도에 오를 떄쯤 모든 지분을 정리하고 과격한 생태주의 운동에 나선 더글러스 톰킨스도 그렇다. 톰킨스는 자연보호가 아니라 자연복원을 꿈꾸었는데, 인간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개발조차 못마땅해했다.  


책 전체를 통독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인데, <가만한 당신>에는 존엄사의 인정을 위해 투쟁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우 많다. 목사이자 종교신학자로 존엄사 합법화에 나선 제럴드 라루, 다발성경화증과 오랜 기간 투병하는 와중에 조력자살 합법화 운동의 선두에 선 데비 퍼디, 젊은 시절엔 낙태와 피임의 권리를 위해, 노년엔 조력자살 합법화 운동에 투신한 엘리자베스 리비 위비 윌슨 등이다. 읽고 다면 셋의 삶이 헷갈릴 정도다. 혼란을 무릅쓰고 이런 구성을 한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갈수록 평전, 전기 등에 눈길이 간다. 이런 글들이 한 사람의 삶에 대해 보다 직접적이고 압축적으로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