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아이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아기가 본격적으로 엄마, 아빠와 떨어져 세상에 발을 디뎠다. 

아내는 2년 반의 휴직을 마치고 3월부터 복직을 한다. 오늘은 복직을 위한 1주일간의 연수 교육 중 첫 날이었다. 교육을 위해 아내는 7시 30분쯤 집을 나서야 했다. 내가 아기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엔 금요일까지지만, 3월 이후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건 온전히 내몫이 된다. 

아이는 지난해 가을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다. 적응을 위해서였다. 1년 반 동안 하루 종일 아이를 봐온 아내에겐 한 숨을 돌릴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아내는 여전히 집에 머물렀던지라, 아이는 9시30분쯤 어린이집에 가 4시쯤 돌아왔다.  

3월부터는 다르다. 아이는 9시도 안돼 어린이집에 가서 5~6시쯤 돌아올 예정이다. 돌아올 때는 엄마 아니면 외할머니의 손을 잡을 거다.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도 변화라면 변화다. 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엄마가 더 이상 어린이집에서 10분 거리인 집에 대기하지 않으며, 엄마라는 이름만으로 불리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엄마는 이제 아이만의 엄마가 아니라, 직장에서 제 일을 하는 여성이기도 하다. 

아이가 아프면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3월부터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아이는 크게 아프지 않은 다음에야 어린이집에 맡겨질 것이고, 그곳에서 선생님의 보살핌을 받을 거다. 친구나 동생, 형들과 티격태격하면서 놀기도 할거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적응을 했다. 이제는 선생님 얼굴도 잘 알고, 친한 친구도 생겼다고 한다. 어린이집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서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괜히 그랬다면서 부부가 웃은 적도 있다. 

그래도 어린이집은 집이 아니다. 이제 아이는 하루 종일 엄마를 소유할 수도 없다. 낮시간동안 아기는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닌, 온전한 타인과 시간을 보낸다.

물론 그곳엔 그곳 나름의 규칙이 있을 거다.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 늘어났을 뿐, 아이는 달라진 점을 전혀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은 달라졌다. 놀겠다고 버둥거리는 아이를 세수시키고 로션 발라주고 옷을 입히고 가방을 챙기고 유모차를 펴면서, 아이가 이제 세상 속으로 홀로 걸어나가는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오늘 아침은 그리 춥지 않았지만, 내일은 꽤 춥다고 한다. 아이가 가끔 감기에 걸릴거라는 사실을 머리로 알고 있다. 그러나 가슴으론 사실을 부정하고 싶다. 앓아도 심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현재 가질 수 있는 최선의 태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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