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하고 만든 영화가 아닌데 정색을 하면 지는 걸까.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심형래나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과 관련한, 그 알 수 없는 '글로벌'에 대한 욕망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게다가 난 심형래의 슬랩스틱을 보고 유쾌하게 웃기 힘들었다. 그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너무나 많아, 그가 넘어지고 맞을 때마다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영구가 이런 아가씨와 로미오와 줄리엣 놀이를 한다. 심형래도 관객이 감정을 이입할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심형래와 원더걸스의 공통점. 둘 다 세계 대중문화의 본산인 미국 시장 진출을 끝없이 노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만큼의 성과는 못 올리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심형래가 연출하고 주연까지 겸한 신작 <라스트 갓파더>가 29일 개봉했다. 심형래가 영화에 출연한 것은 <드래곤 투카> 이후 14년 만이다. 심형래가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든 캐릭터는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인 ‘영구’다.

<라스트 갓파더>는 <대부>를 패러디한다. 1950년대 뉴욕의 마피아 대부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는 은퇴한 뒤 유일한 혈육에게 조직을 물려주려 한다. 한국에서 온 돈 카리니의 외아들은 다름 아닌 영구다. 누가 봐도 덜떨어진 새 후계자의 출현에 부하들은 당황한다. 돈 카리니는 라이벌 본 판테 일당에게 쫓겨 한국에 숨어산 적이 있었고, 그때 운명의 여인과 만나 낳은 아들이 영구였다는 설정이다. 돈 카리니는 아들을 진짜 남자로 만들어보려 하지만, 영구는 멍청한 짓만 골라한다. 영구는 본 판테의 외동딸 낸시를 우연히 구해주고 그와 친구가 된다.

<라스트 갓파더>가 <디 워>보다 나은 점은 감독의 주특기인 코미디로 돌아왔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디 워>보다 상영시간이 13분 길다는 것이다. 심형래는 <라스트 갓파더>에서 코미디언으로서의 전성기였던 80년대식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인다. 슬랩스틱 코미디는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웃기긴 하지만, 적어도 언론시사회장에선 박장대소가 터지지 않았다. 문제는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을 연결하는 영화의 고리들이 허술하다는 것이다. 이야기 전개는 뻔하고, 인물의 성격에는 깊이가 없으며, 연기 지도도 철저하지 않다. 심형래는 “5살 아이부터 80살 할아버지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온갖 영화적 기교와 복잡한 이야기 구성과 배우들의 열연에 익숙해진 현대의 젊은 영화팬들이 <라스트 갓파더>를 ‘영화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라스트 갓파더>에도 장점이 있다. 피, 살점, 칼, 욕설이 난무하는 최근의 한국영화에 염증을 느낀 관객이라면 착하디착한 <라스트 갓파더>가 반가울 수도 있다. 아울러 때깔도 좋다. 세트의 만듦새나 촬영 기술은 할리우드급이다. 허나 기술적 성취가 곧 영화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 심형래와 원더걸스 이야기. 원더걸스는 이 영화에 카메오 출연한다. 실의에 빠진 영구와 동료 마피아가 술을 마시기 위해 찾은 클럽에서 원더걸스는 빌보드 차트에도 오른 자신들의 히트곡 ‘노바디’를 노래한다. 5명의 소녀들이 몸에 딱 붙는 원피스를 입고 노래하는 사이, 영구와 마피아는 “밥만 먹고 살 수 있냐”고 히죽대며 웃는다.

<라스트 갓파더> 측은 이 영화의 장르를 ‘글로벌 휴먼 코미디’라 부르고 있다. 또 “원더걸스의 카메오 출연은 미국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연예인 후배와의 적절한 콜라보레이션 사례”로 ‘심형래 감독의 특별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건 미성년자 멤버가 있는 원더걸스가 술집에서 노래한다는 설정 때문에 정작 이 장면은 미국 개봉판에서 삭제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 소박한 코미디에 ‘글로벌’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나, 미국에서 상영되지 못할지도 모르는 장면을 찍어놓고 ‘글로벌 전략’이라고 홍보하는 것이나 앞뒤가 맞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서 원더걸스의 의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