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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비틀스와 애플

난 비틀스가 끝내 디지털 음원을 팔지 않기를 바랐다. 이런저런 기사의 표현대로 어떻게든 가질 사람은 다 가졌겠지만, 그래도 공식적으로는 팔지 않기를 바랐다.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 그냥 비틀스는 공식적으로는 엘피나 CD로만 남아있기를 바랐다.




 2010년 11월 16일은 음악 산업에서 디지털이 아날로그에 최종승리를 선언한 날로 기억될 듯하다. 현지시간으로 이날부터 비틀스의 디지털 음원이 애플의 아이튠스를 통해 판매됐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애플이 판매하는 비틀스의 음원은 리마스터 작업을 한 13장의 스튜디오 음반과 편집 음반 <패스트 마스터스>, 히트곡 모음집 <블루>와 <레드> 등이다. 더블 앨범은 19.99 달러, 1장짜리 앨범은 12.99 달러다. 개별 곡은 1.29달러로 이는 아이튠스에서 판매되는 노래 중 최고 가격이다.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는 “처음엔 LP로 발매했던 우리의 곡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비틀스의 팬으로 알려진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여기 오기까지 ‘길고 구불구불한 길’(long and winding road·비틀스의 노래 제목)을 걸었다”며 “10년전 아이튠스를 출범시켰을 때부터 꾸었던 꿈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1963년 공식 데뷔한 영국 출신의 4인조 밴드 비틀스는 20세기 대중음악의 아이콘이자 현재까지도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멤버 중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은 이미 세상을 떴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6억장의 음반을 판매한 이들이지만, 음악 산업의 주도권이 CD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여태까지 디지털 음원을 판매하지 않았다. 디지털로 비틀스를 들으려한 팬들은 CD를 사서 음원을 디지털화 하거나, 불법 다운로드의 유혹에 넘어가야 했다.
 애플과 비틀스의 불화는 197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비틀스의 매니지먼트사인 애플 콥스와 애플이 모두 ‘사과’를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는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당시 애플은 음악산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애플 콥스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번에 애플은 비틀스의 음반 판매사인 EMI, 애플 콥스와의 오랜 논의 끝에 비틀스 음원을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디지털을 거부했던 아티스트중 최고 거물인 비틀스가 아이튠스에 입성함에 따라, 이제 반 디지털 진영에는 AC/DC, 키드 록 등만이 남아있다. 이들은 음악은 개별 곡이 아니라 음반 전체를 들어야 한다는 신념 혹은 애플의 가격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에 아이튠스를 거부하고 있다고 미국의 대중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은 전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아이튠스가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에, 비틀스의 디지털 음원을 공식적으로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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