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미진한 컴백처럼 느껴지는 '제이슨 본'. '킹스맨'에서도 그렇고 요즘 할리우드 영화에서 IT 거물은 공공의 적. 



3부작으로 구성된 ‘제이슨 본’ 시리즈(2002~2007)는 21세기 첩보액션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기억을 잃은 첩보원 제이슨 본은 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한 감시체계를 회의했고, 살인에 죄의식을 느꼈으며, 제3세계 여성의 침대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는 비현실적인 특수무기보다는 맨주먹과 고전적인 총기를 사용했으며, 턱시도 대신 허름한 옷으로 정체를 위장했다. 뼈가 부러지고 숨이 끊기는 순간의 처절함을 보여주는 사실적인 액션 장면은 이후 많은 영화들의 전범이 됐다. 

맷 데이먼(46)이 9년 만에 제이슨 본으로 돌아왔다. <본 슈프리머시>(2004)와 <본 얼티메이텀>(2007)을 찍은 폴 그린그래스 감독도 함께다. 데이먼은 <인터스텔라> <마션> 등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았지만,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제이슨 본’ 시리즈는 다시 안 찍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주인공 이름을 간단히 제목으로 삼은 <제이슨 본>이 26일 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처음 화면에 등장하는 제이슨 본은 놀랍게도 초췌한 모습이다. 본은 제3세계의 흙먼지 나는 거리 위에서 즉흥 격투기 시합으로 푼돈을 번다. 그의 얼굴이 성치 않은 건 누적된 타격이나 피로 때문만은 아닐 성싶다. 위조 여권은 있지만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다른 어디에도 정주할 수 없는 그는 영원한 떠돌이 신세다. 

과거 제이슨 본을 도왔던 전직 CIA 요원 니키 파슨스(줄리아 스타일스)가 CIA의 새로운 비밀 프로그램에 대해 해킹한다. 파슨스는 그 와중에 제이슨 본의 아버지가 연관된 비밀에 대해서도 알아낸다. 파슨스는 숨어 살던 본에게 접근해 정보를 제공한다. 때맞춰 CIA 간부 듀이(토미 리 존스)와 사이버 전문가 리(알리시아 비칸데르)도 본을 다시 잡으려 한다. 본에게 원한을 가진 저격수(뱅상 카셀)가 소환된다. 








독자 중 상당수는 지금 이 리뷰를 스마트폰으로 읽고 있을 것이다. 정보기술(IT) 거물이 악당으로 등장하는 건 최근 액션 영화의 두드러진 현상이다. <제이슨 본>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한 전 세계적인 감시체계의 가능성을 언급한다. ‘딥 드림’이라는 소셜미디어를 선보인 실리콘 밸리의 스타 애론 칼루어(리즈 아메드)는 개발 초기부터 CIA와 손잡고 일한 것으로 묘사된다. CIA의 도움을 받은 칼루어는 막대한 부를 일궜지만, 그건 ‘악마와의 거래’였다. 

앞선 제이슨 본 시리즈는 요인들에 대한 특수한 감시체계를 언급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IT 기업을 통해 소셜미디어 속 사생활에 대한 접근권만 갖는다면, 훈련받은 요원이 거리를 헤매거나 잠복할 필요도 없다. <제이슨 본>은 그런 위험성을 경고한다. 

권력이 있는 곳엔 저항이 있다. 전직 CIA인 니키 파슨스가 새롭게 자리 잡은 곳은 국가의 부당한 사찰을 폭로하려는 해커 집단이다. 해커 집단은 CIA라는 공통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본에게 힘을 합치자고 제안하지만, 본은 에드워드 스노든 같은 반체제 스타라기보다는 다른 의미의 애국자로 묘사된다. 

맷 데이먼, 줄리아 스타일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가 바뀌었다. 소셜미디어라는 감시체계의 가능성도 새롭게 제기됐다. 하지만 나머진 9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몸과 몸이 맞부딪치는 처절한 육박전이라든가, 현장요원의 카메라·폐쇄회로(CC)TV·위성까지 동원한 CIA의 감시망을 피해 나가는 본의 지략을 보는 재미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자동차가 ‘쿠크다스’처럼 부서지는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차량 추격전 역시 보기에 시원스럽다. 

시리즈의 장점을 이어나가겠다는 의도가 읽히지만, 그사이 너무 많은 영화들이 ‘제이슨 본’ 시리즈의 스타일을 참고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옛 스타일을 그대로 들고온 <제이슨 본>의 등장은 반가운 동시에 익숙하다. 무엇보다 제이슨 본의 아버지 이야기를 꺼낸 건 느닷없다. 집도 절도 없이 외롭게 세상을 떠도는 본에게, 비인간적인 특수훈련의 고통스러운 기억 대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안겨주기 위함일까. 본이 영원히 냉정하고 침착한 ‘외로운 늑대’로 남아주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 

북미에선 29일, 한국에선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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