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상상치 못한 톤으로 처리한 <룸>


연출 레니 에이브러햄슨 /출연 브리 라슨·제이콥 트렘블레이/15세 관람가 /118분



24세 엄마 조이와 5세 아들 잭에게 가로·세로 3.5m의 ‘룸’(방)은 세상의 전부다. 모자는 방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걸으며 운동을 하고, 잠들기 전 방 안의 모든 사물들에게 인사를 하며, 음식을 하고 남은 계란 껍데기로 장난감을 만든다. 모자는 높은 천장의 흐릿한 유리창 너머로 다른 세상을 넘겨다볼 뿐이다. 

7년 전 조이는 낯선 남자에게 납치돼 이 방에 갇혔다.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고, 아들 잭을 낳았다. 어느날 조이는 대담한 계획을 세워 잭을 방 밖으로 내보내는데 성공하고, 경찰의 현명한 대응으로 조이도 구출된다. 조이는 7년만에 진짜 집으로 돌아가지만, 마음의 시련은 끝나지 않는다.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야기다.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는 24년 동안 방 안에 감금된 채 아이를 낳아 기른 여성의 사건이 있었고, 작가 엠마 도나휴는 이 사건을 기반으로 소설 <룸>을 썼다. 상상하기조차 괴로운 끔찍한 범죄담이지만, 조이와 잭이 겪는 방 안의 생활은 의외로 밝고 명랑하게 묘사된다. 조이는 텔레비전과 방 안의 이런저런 사물들을 통해 잭에게 세상의 이치를 가르친다. 잭은 백지 상태에서 천진난만하게 세상을 그려나간다. 납치범은 잭에겐 생물학적 아버지이지만, 조이는 둘의 관계를 철저히 차단한다. 방 안에서 모자는 그들만의 자족적인 세계를 만들어간다. 

아슬아슬하게 연출된 탈출 장면 이후부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이와 잭 모자의 세상은 3.5㎡에서 무한에 가깝게 확장됐다. 17살 조이가 실종된 이후, 그의 가족과 세상은 이전과 달라졌다. 부모는 이혼했다. 조이가 17세 소녀 시절에 박제된 동안, 친구들은 7년의 세상을 더 경험했다. 

그래서 더 큰 혼란을 겪는 사람은 엄마 조이다. 아들 잭은 아이 특유의 정신적 유연성으로 세상을 받아들이지만, 조이는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이 커다란 세상에서 모자만의 자족적 세계는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은 가장 큰 혼란이다. 



<조이>는 모성에 관한 이야기이자,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다. 참혹한 사실에서 도약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 지난한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그 접합부가 매끄럽다는 점에서 연출력이 돋보인다. 가수로 데뷔한 뒤 배우 경력을 쌓았지만 큰 이름을 얻진 못한 브리 라슨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첫 노미네이트, 첫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아역 제이콥 트렘블레이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반, 진담반의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3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