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진보진영의 비판과 침묵 사이에서, 경향신문과 민주노동당이 토닥거리고 있는 모양이다. 뭐라고 표현하든, 왕조 시대가 아닌바에야 외부인의 눈으로 볼 때 3대 세습이 좀 이상한 건 분명한 사실. 김정은의 핏줄에 어떤 대단한 DNA가 흐르기에, 별다른 검증도 없이 수천만 인민을 이끌 능력을 타고났음을 확신한단 말일까. 최근에 다시 본 <대부2>에서도 역시 '아들 타령'을 읽었다. 이재용이 못하면 삼성이 망할 뿐이지만, 김정은이 못하면 북한이 망하고 북한 주변 나라도 불편해질 것 아닌가. 아, 삼성이 망하면 한국도 망하는 것 맞나?



핏줄이 무엇이기에 이 난리랍니까.

한국 사람만 그런 줄 알았더니 미국 사람도 ‘아들 타령’이군요. 정확하게는 이탈리아계 미국 사람이지만요. 7일 디지털 리마스터링판으로 재개봉하는 <대부2>를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대부2>는 너무나 유명해 새삼 언급하기조차 쑥스러운 작품입니다. ‘영화사상 가장 성공적인 속편’으로도 유명하죠. 로버트 드니로가 젊은 시절의 비토 콜레오네 역을, 알 파치노는 그의 아들인 마이클 콜레오네 역을 맡았습니다.

온가족이 시실리 지역 마피아에게 살해당한 뒤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온 9살 소년 비토의 모습에서 영화가 시작합니다. 그러나 어디에나 약한 자를 등쳐먹고 사는 악당이 있게 마련이죠. 이국땅에 살아가는 이탈리아 이민자 사이에도 마피아가 있었습니다. 비토는 마피아를 제거한 뒤 스스로 지역을 장악합니다.

처음 사람을 죽이면서도 미동하지 않을 정도로 대담하고 배짱있던 비토의 눈빛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아들이 아플 때입니다. 간호사와 아이 어머니가 울부짖는 아기를 달래고 있을 때, 비토는 문간을 서성이며 손톱을 물어뜯습니다. 어느 아버지가 아픈 아이를 두고 침착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비토의 마음은 그 어느 아버지보다 격렬하게 요동치는 듯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비토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구석이기 때문입니다. 영어 한 마디 못하던 비토가 이국에서 홀로 성장해 자리를 잡고 결혼한 뒤 아이를 낳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는 영화에 묘사되지 않아도 짐작이 가죠. 세상이 뒤집혀 가진 것을 모두 잃는다 해도, 비토가 세상에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부모와 형을 모두 잃은 비토가 자식을 통해 새 가족을 꾸려 나간다는 의미는 그만큼 더 각별하겠죠. 비토의 ‘아들 타령’은 대물림됩니다. 조직을 물려받아 보스가 된 막내 아들 마이클이 오랜 시간 사랑했던 아내와 헤어진 계기는 아내의 낙태였습니다. 아내가 “아들이었다”고 말하자, 영화 내내 냉정했던 마이클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집니다.

아이가 어설프게 “아…바”라고 말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아이는 저를 부른 것이 아니라 발음이 쉬운 말을 마음대로 연습했겠죠. 하지만 아이가 가장 발음하기 쉬워 처음 내뱉는 단어가 ‘엄마’, ‘아빠’고, 그 단어가 부모를 지칭하는 어휘로 굳어졌다는 건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얼마나 원초적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핏줄에 대한 사랑은 더 넓은 사회의 맥락과 불협화음을 낼 수도 있습니다. 제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기가 타인에겐 아직 사람 구실을 못하는 핏덩이로 비칠 수도 있겠죠. 아기가 재롱을 떨고 있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곤 하지만, 홈페이지 방문자에게 아기 사진은 다 비슷해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잘 압니다.

한반도 북쪽에선 ‘아들 타령’을 하느라 오랜 시간 지켜왔던 사회주의 강령조차 내팽개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믿을 놈’이라고는 아들밖에 없다는 심정은 잘 알겠습니다만, 나라를 이끄는 일은 구멍가게를 꾸리는 일보다는 훨씬 복잡하지 않습니까.

<대부2>의 마이클 콜레오네는 이런저런 이유로 사랑하는 형제·자매·아내를 차례로 내칩니다. 언젠가 마지막 남은 아들이 자신을 버릴지, 그리고 홀로 남은 자기 자신마저 미워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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