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틀고 저리 틀다 만들어낸 기사. 그래도 만들면 된다. 



지난 두 달 이상 각종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수위권을 다툰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외·인플루엔셜)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한빛비즈)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책 모두 구어를 기반으로 집필됐다는 사실이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에 기반해 행복한 인간 관계의 조건에 대해 설명하는 <미움받을 용기>는 열등감 많은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서술됐다. 다섯 밤 동안 청년과 철학자는 서로를 논박하면서 배움을 주고 받는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의 저자 채사장은 논술 강사 출신이다. 2011년 역사, 경제, 정치 등 각 분야의 지식을 하나의 이야기로 꿰어 전하는 <지대넓얕>의 초고를 썼고, 2014년 4월 같은 제목의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책은 팟캐스트의 인기와 맞물려 금세 입소문을 탔다. 한빛비즈의 권미경 편집자는 “저자가 논술강사를 해서 그런지 글의 비유가 쏙쏙 들어오고 중간 정리도 잘 돼 있다”며 “팟캐스트를 들은 사람은 글을 읽으며 저자의 평소 말투를 느낀다고 한다”고 전했다. 


책은 오랫동안 문어의 세계였다. ‘글맛’이란 책을 읽는 주요한 기쁨 중 하나였다. 책은 구어로는 구현할 수 없는, 끊어지지 않을 듯 길거나 복잡한 문장이 허용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미움받을 용기>와 <지대넓얕>의 인기는 책이 구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씨 등 당대 최고의 논객이 함께 한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생각해봤어?>(웅진지식하우스)라는 책으로 묶였다. 처음엔 출판 계획이 없었으나, 팟캐스트가 인기를 끌자 여러 출판사가 출간을 제의했다. 2013년 10월부터 KBS 1TV에서 방송을 시작한 역사 토크쇼 <역사저널 그날>도 최근 같은 제목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1권은 태조에서 세종까지, 2권은 문종에서 연산군까지다. 책을 낸 민음사 관계자는 “기존 역사서처럼 갈지, 텔레비전에서 나온 것처럼 대화 형태로 할지 고민하다가 독자들이 이해하기 좋도록 대화 형태로 편집했다”며 “3~4 달에 한 번 시리즈로 책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음사는 철학자 강신주·영화평론가 이상용씨가 함께 한 영화사 강의를 묶은 <씨네샹떼>도 조만간 출간 에정이다. 



강신주, 이상용의 씨네샹떼 강연. /민음사 제공



강연 전문 기업이 출판을 겸하는 사례도 생겼다. <미움받을 용기>의 인플루엔셜이 대표적이다. 2008년 창업된 인플루엔셜은 2013년부터 책을 내기 시작했다. 문태진 대표는 전문 출판인이 아닌 외국계 은행 임원 출신이다. 문 대표는 “강사는 곧 저자라고 생각한다”며 “출판 자체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어를 기반으로 하는 책들은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는 장점이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는 “기존 책은 독자를 가르치려 하지만, 강연,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한 책은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서술한다”며 “대화 형식이나 경어체를 사용하는 것도 이를 위한 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강연, 팟캐스트를 옮긴 책들은 독자의 반응을 미리 살피고 이를 책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교육, 강의, 출판, 세미나를 겸하는 공간인 엑스플렉스의 유재건 대표는 “온전히 책만 쓸 때는 저자가 자기 세계 속에서 기획하고 전개하지만, 강의는 수강생과 쌍방향으로 진행된다”며 “이 과정에서 대중이 받아들이기 쉬운 텍스트를 만드는 조건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엑스플렉스 역시 수강생 반응이 좋은 강연을 선정해 책으로 묶어낼 계획이다.


구어를 옮겼다고 해서 책 만들기가 쉬운 건 아니다. 강연이나 팟캐스트의 경우 방대한 분량의 녹취록을 글로 풀어내야 하고, 이를 정확한 언어로 옮겨야 한다. 김보경 웅진지식하우스 대표는 “이런 책들은 편집의 방향에 따라 책의 꼴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편집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구어 기반의 책들이 지식, 정보에 대해 지나치게 편이적이고 가볍게 접근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유재건 대표는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있는 지금은 구어체 문화와 문어체 문화가 섞이는 과정이며, 양쪽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