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교열을 거치면서 '드니로'가 '데니로'로 바뀌어 나왔다. 그러나 이 블로그에서는 '드니로'를 고집하겠다.

사실 난 벤 스틸러가 더 좋다.

로버트 드니로는 가부장이었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있지 않을 때조차 그는 가부장의 권위를 보였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한국 남우들에게 좋아하는 배우를 물으면 절반 정도는 로버트 드니로를 꼽았습니다. <대부2>,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 <좋은 친구들> 등의 대표작에서 드니로는 갱, 베트남 참전용사, 권투선수 같이 남성적이고 강인한 역을 능란하게 소화했습니다.  


한국에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있다면 미국엔 장인과 사위의 갈등이 있습니다.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는 장인·사위 갈등을 소재로 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31일 개봉하는 3편은 그레그(벤 스틸러)가 잭(드니로)의 사위가 된 지 10년째 되는 해에 벌어집니다. 직업, 외모, 재산 등 모든 면에서 못마땅하던 사위에게도 어느덧 정이 든 것일까요. 자신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잭은 그레그에게 가문을 이끄는 ‘갓퍼커’의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레그가 순조롭게 후계자 자리를 물려받는다면 영화가 재미없겠죠.


이 영화에서도 드니로는 여전히 아버지로서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려는 가부장입니다. 전직 CIA 요원인 그는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데 필요한 많은 수완을 가진 인물이기도 합니다.


허나 대다수 젊은 관객은 지금은 강력한 가부장이 존재하기 힘든 사회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가부장 없는 시대에 가부장 행세를 하는 건 우스꽝스러운 일이죠. <대부>를 연상시키는 배경음악이 종종 흐르는 이 영화는 <대부>식의 가부장 대물림 의식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를 보여줍니다. 드니로는 CIA를 통해 사위의 뒷조사를 하려고 하는데, 담당자는 “구글에서 검색하라”고 답합니다.


드니로는 망가집니다. 모래밭에 파묻히고, 고무공 수영장에서 주먹다짐을 벌이고, 발기부전 치료제를 잘못 먹었다가 간호사 사위 앞에서 망신을 당합니다. 천하의 가부장조차 가부장으로서의 권위를 내팽개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영화의 폴 웨이츠 감독은 ”가정 내에서 드니로가 가지고 있던 남성적인 리더십과 그 강박감에서 비롯된 유별난 집착에 대해서 다뤄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권위를 팽개쳐야하는 이가 가부장 뿐이겠습니까. 한 시대를 호령하던 정상급 가수들이 ‘서바이벌’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꼴찌’의 멍에를 쓰고 탈락합니다. 시청자는 최선을 다해 열창하는 가수들의 모습에 감동했다고 하지만, 이토록 혹독한 형식을 통하지 않고서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는 가수들의 현실은 씁쓸합니다.


<미트 페어런츠3>도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드니로 뿐 아니라 더스틴 호프만, 하비 케이틀 등 노년을 맞은 명우들이 한바탕 웃음을 선사합니다. 그러나 낄낄댄 웃음의 뒷맛은 깔깔합니다. 권위를 잃은 배우, 권위를 필요치 않은 시대가 영화에 투영됐기 때문입니다. 

왼쪽의 아름답게 나이든 여배우는 기네스 펠트로의 엄마인 블라이스 대너